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융합콘텐츠 시대를 이끌어 갈 창의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지도 어느덧 햇수로 5년째에 접어든다.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부터 공연, 출판 에듀테인먼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기획 및 창작, 비즈니스 전략을 폭넓게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은 아마도 한국콘텐츠아카데미가 유일할 것이다. ‘프로젝트 기반 교육 및 인큐베이팅’을 핵심으로 지난해까지 4년의 과정을 운영하면서 아카데미의 교육과정은 상당히 안정됐고, 교육생은 물론이고 업계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아졌다. 무엇보다 변화된 시장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발상과 지식에 목말라 있던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업계 종사자들이 콘텐츠진흥원의 융합 콘텐츠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점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융합’은 콘텐츠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고 이제 정부와 산업계는 이구동성으로 어서 빨리 융합시대를 이끌어 갈 콘텐츠를 내놓으라고 성화다. 이런 경우를 ‘우물 앞에서 숭늉 찾는다’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 이유는 이렇다.
창의적 콘텐츠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게 되자 새롭게 맞닥뜨린 고민이 있으니 결국 관건은 ‘스토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산업이나 기술, 기획의 발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도 결국 그것을 가능케 하고 구현해내는 것은 스토리 작가를 비롯한 창작인력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문제는 이러한 창작 역량은 단기간의 교육이나 발상의 전환만으로는 쉽게 숙성되기 힘들다는 데 있다.
10년 남짓 전업 작가로 살아온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나라만큼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스토리 작가를 홀대하는 나라도 없다. 영화, 만화 등 스토리 기반 콘텐츠장르 치고 스토리 작가만큼 열악하고 불안하고 일회적 소모품 취급을 받는 직종도 드물다. 단적으로 아카데미에서 장르별 전문 스토리 작가를 강사로 모시고 싶어도 영화나 드라마 등을 제외하고는 전문 작가를 찾기조차 힘들 정도다.
얼마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다양한 장르의 현업 작가 및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개최한 ‘스토리텔링 2015’라는 창작소재 발굴 워크숍이 있었다. 참여 작가들은 이런 기회를 상설화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작가로서 지금껏 한번도 국가로부터 그 어떤 지원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업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중견 창작자들도 이럴진대 스토리 작가를 지망하는 수많은 예비인재들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다행히 콘텐츠진흥원에서는 ‘신화창조 프로젝트’ 공모 및 스토리 창작지원센터 등 융합시대의 스토리 발굴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 중이다. 부탁하건대 이러한 지원책들이 단 몇 편의 히트 작품 발굴에 멈추지 않고 전업 스토리 작가로 살아가고픈 수많은 작가들을 위한 장기적이고 폭넓은 지원책들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지금 시대에서 흔히 말하는 ‘대박’ 콘텐츠는 어느 한 천재적인 작가의 재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름 없는 창작자와 향유자들이 이루어낸 문화의 총합일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힘든 시절을 견디고 있는 창작자들도 이제는 자신이 속한 장르의 칸막이를 넘어서 변화된 시장의 요구에 답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콘텐츠 생산자의 태도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해주지 않는다면 이제 요구하고 변화하고 스스로 개척하는 방법밖에 없으니 말이다.
김현정 한국콘텐츠아카데미 창작전임교수 erkhj@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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