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기술유출 충격 여파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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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기술유출 사건은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삼성전자의 기술을 몰래 빼낸 것으로 드러난 A사는 전 공정 핵심장비인 증착장비(CVD)와 반도체 패턴을 형성시켜 주는 건식 식각장비(드라이에처)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반도체 장비 중 30% 정도가 이 회사 제품이다. A사 없인 삼성이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A사는 세계 반도체 산업 내 차지하는 위치가 독점적이이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이 이 회사와 거래를 한다. 이번 기술 유출이 삼성에만 국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 얼마나 피해 봤나=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5년 3월부터 작년 말까지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 95건이 불법 유출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D램 및 낸드플래시와 관련된 공정순서, 사용 설비, 물질 정보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40건은 그 중요성 때문에 국가가 지정 관리하는 ‘국가핵심기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정보의 가치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및 검찰에 따르면 직접적인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이르며, 후발주자의 기술 개발 단축과 간접 피해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해외 유출은 가능성은=관심은 유출 기술이 해외로 빠져 나갔는지다. 사건의 주체는 A사의 한국지사지만 본사와 지사의 관계를 감안하면 삼성 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 구속된 전 한국지사 대표 곽모씨는 현 본사 소속에 부사장급이다. 곽씨가 정보를 본사와 교류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검찰 역시 이 부분을 우려했지만 해외 기업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은 수사를 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다각도로 검토를 했지만 미국 본사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자랑스럽다고 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 핵심기술이 해외 장비를 통해 유출됐고 해외 반도체업체로도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국가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은 문제 없나=검찰은 A사의 한국지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하이닉스의 중요 정보를 이 회사가 보유한 것도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 대상이 삼성전자 기술유출에 맞춰져 있어 하이닉스의 기술유출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A사 지사가 보유 중이던 하이닉스 자료가 일부일 뿐이고 하이닉스 기술 유출은 이번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반도체 장비 업체를 통한 비밀 유출인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와 거래한 다른 기업의 피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A사는 반도체 장비뿐 아니라 LCD 장비도 생산한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LCD 업계로 문제가 확산될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의 기술이 A사 한국지사를 통해 하이닉스에 유출된 것도 이번에 드러났다. 장비업체를 통한 경쟁사 정보 빼내기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하이닉스 측은 “사건에 연루된 부분은 유감이지만 해당 정보를 전혀 활용한 바 없다”며 “재판 단계에서 실체적인 진실이 철저하고 균형있게 규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자사 정보가 유출된 것에 대해서 검찰에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이날 A사 한국 지사가 정보를 습득한 경위와 그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는지를 조사해 달라고 동부지검에 요청했다.

 윤건일·안석현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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