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일리]뉴스 포커스-RPS:입법안 3년째 계류…기업투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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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성장의 실현과 거대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형성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정책의 변화가 국내 신재생업계와 발전사에 지속적인 기회 창출이 가능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RPS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숙제가 쌓여 있다. 아니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표현을 해야 맞다. 지난 2008년 상정된 RPS 도입 법안이 여전히 국회를 통화하지 못한 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쏟을 시간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가격 기준 설정이나 발전사에 의무량을 발전량이나 발전설비용량으로 부가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 전기요금 인상으로 되돌아온다는 것과 발전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적절히 감안한 의무할당 비율 확정 또한 긴요하다.

 ◇RPS, 시간 없다 빨리 가자=요즘 정부와 발전사들의 공통적인 걱정꺼리는 RPS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RPS 도입을 위해 지난 2008년 말 국회에 상정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햇수로는 3년째 계류돼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세종시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의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6월 예정된 지방선거 이후에나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12년부터 RPS 시행이 예정됐지만 발전사들이 얼마나 신재생에너지 의무량을 채울 수 있을지는 묘연하다.

 RPS를 위해 대부분의 발전사들이 선택하고 있는 풍력발전의 경우만 해도 발전단지 건설 추진에 있어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곤란을 겪게 되는 것은 주민과의 갈등 문제와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다. 이를 처리하는 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건설·설치기간이 짧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풍력발전소라도 이를 포함해 2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발전사들은 법이 통과 되지 않아 관련 사업을 이사회에 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를 통과해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비용이 투자되는 RPS사업을 시작하려면 한전 투자심의위원회, 내부 조직 예산팀과 감사팀 등의 확인절차도 거쳐야 한다. 법만 통과되면 바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시작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만만하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에너지전문가들은 시작하지도 않은 RPS가 이미 실패했다는 평까지 서슴치 않는다.

 황수성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RPS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발전사들이 실제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이 모자라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법이 통과되는 시점에 맞춰 시행령에서 초기연도 의무량 비율을 최대한 낮게 잡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REC 가격 최적안을 찾아라=REC는 RPS에서 화폐 개념이다. 신재생에너지설비로부터 생산된 전력에 대한 ‘교환·지불·저장·가치척도’의 수단으로 해당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임을 증명하는 문서다. 신재생에너지설비에서 생산된 전력량에 상응하는 인증서가 발급되며 이 인증서는 거래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고 의무대상자(발전사)가 정부에 제출하면 폐기된다.

 정부는 신재생발전전력 1㎾h당 1REC로 발행할 계획이다. REC의 가격은 매년 공지하는 신재생에너지 원별 기준가격을 근거로 해 육상풍력발전을 기준으로 삼고 다른 에너지원에 각각 가중치를 부여할 방침이다. 지난해 풍력발전 기준가격이 107원이었던 것을 대입하면 1REC는 107원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발전사 이외에 민간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유도하기에는 턱없이 낮다. 다시 말해 의무량이 부과된 발전사들만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를 실시하게 되고 그 외 민간에서는 투자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설비 투자 과정에서 할당량을 못 채웠을 경우 REC를 구입해야 하는데 민간공급 REC가 없어 RPS제도가 원활하게 굴러갈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RPS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준가격보다 높게 REC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야 발전사들은 비싼 REC를 매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할당량을 채우려고 노력할 것이며, 민간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이 수익성을 바탕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의무량 비율 설정이 성패 좌우=발전사에 대한 적절한 의무량을 부과하는 것은 RPS 제도의 성패와 직결되는 문제다. 무엇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자원의 보급가능 잠재력과 이를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산업 규모에 적합한지 감안해야 한다.

 보급 능력에 비해 너무 낮아도 안되고, 과다한 목표를 부과할 경우 관련 산업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파급돼 전력사용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의무량 부과가 잘못 이뤄지면 심하게는 RPS 제도 자체가 무력화 될 수도 있다.

 RPS 제도 이행 기간 동안 부여되는 공급 의무량은 전체적인 규모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단계적인 의무량 수준이 그 시점의 국가차원에서의 공급능력을 감안해 결정돼야 한다.

 전원별 기술 개발단계와 산업화단계,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장 규모 등을 감안해 연차별로 차별화된 목표량이 부과돼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가 RPS 시행 원년인 2012년 의무량을 최저 2%로 발표한 상황일지라도 수행 기간의 촉박함과 발전사들의 재정 부담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더 낮춰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또 경제성 편차 등 신재생 전원 간의 특성이나 자원개발의 촉진, 기술개발 및 산업정책의 목표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도 반영해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황 과장은 “RPS를 원활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며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될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의 RPS정책

 미국의 RPS 제도는 1990년대 후반 연방 중심이 아닌 각 주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그 결과 연방 정부의 세금 감면 조치와 함께 미국의 신재생에너지양을 확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됐다.

 핵심 내용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대한 산술적 목표량을 세워 소매 전기 공급자에 부여, 최소 비용 형태로 그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신재생 개발자들 간의 경쟁을 조장하는 메커니즘을 형성한다. 특히 상당 부분이 신재생에너지 인증서의 매매로 이행되고 있다.

 영국의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O:Renewable Obligation)는 모든 허가받은 공급자에 자신의 전력공급량의 일정 부분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구매토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은 의무목표량을 2002년 기준 3%로 시작해 2016년까지 15.4%로 올릴 계획이다. 초기에는 산업 발달이 더딜 것을 감안해 1% 미만의 증가율을 설정했고 중간 단계에서는 1%보다 높은 증가율로 비중을 늘렸다.

 이탈리아는 2002년부터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인 기준가격 의무구매제도를 대신해 녹색인증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보급정책을 시행했다. 모든 발전사업자는 총 발전량의 2%를 녹색인증서로 확보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됐고, 이 의무비율은 초기에는 매년 0.35%씩 증가했는데 최근에는 증가폭이 0.75%로 확대됐다. 의무불이행 사업자에 대해 인증서 거래가격 중 최대가격의 1.5배에 해당되는 금액을 패널티로 설정하고, 여기서 적립된 수익금은 새로운 재생에너지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의 RPS는 2003년 전기사업자에 의한 신에너지 등의 이용에 관한 특별조치법 형태로 시작했다. 의무이행 대상은 전기 소매판매 사업자며 이행목표의 설정기간 범위를 8년으로 두고 있다. 일본의 특징은 개별사업자 별로 목표량을 부여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며 전년도 전력공급량을 토대로 동일한 이용 목표율을 배분한다. 대상전원은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수력 △지열 등 5개 재생에너지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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