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Global Issue- "비지니스 가치 고민하는 `브랜드 CIO`가 되라"

앤디 러셀-존스 가트너 CIO리서치 수석연구원 겸 부사장

“당신은 OEM CIO인가 브랜드 CIO인가”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전사적자원관리(ERP)를 구현해 IT가 실질적으로 얻는 혜택은 없다.”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개최된 ‘가트너 2010 전망(Gartner 2010 Predict)’ 행사 하루 전날, CIO BIZ+와 단독으로 마주 앉은 앤디 러셀-존스 가트너 CIO리서치 수석연구원 겸 부사장의 말은 기자의 귀를 의심케 했다.

GSI ERP가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고 하면, 특히 가트너와 같은 영향력 있는 리서치&컨설팅 기관에서 그런 주장을 펼친다면 지금 너나할 것 없이 GSI ERP를 구축 혹은 검토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글로벌 제조기업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다.

“CIO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OEM CIO인가 브랜드 CIO인가?”

연이어 던진 질문은 차라리 화두에 가깝다. 어떤 CIO가 자신이 OEM CIO인지 브랜드 CIO인지 자문해 봤을까. 그보다도 OEM CIO는 무엇이고 브랜드 CIO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러셀-존스 가트너 부사장은 “당신이 OEM CIO라면 GSI ERP는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GSI ERP는 엄청난 IT 비용 투입을 요구하며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회수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단일 애플리케이션 기반으로 라이선스 비용이나 필요한 전문인력을 줄여 얻는 비용절감 효과는 미미하다. 하지만 IT가치에 견줄 수 없는 비즈니스 가치가 있다. 보다 빠른 글로벌 결산처리, 해외지사 운영 현황의 가시성, 신속한 컴플라이언스 등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를 고민하는 ‘브랜드 CIO’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GSI ERP는 CIO가 비즈니스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의 예일 뿐이며 OEM CIO의 사고에 매몰돼 있는 CIO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 CIO가 IT비용절감을 고민하기 전에 비즈니스 가치를 고민하고 기업의 브랜드를 향상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CIO는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현업보다 앞서 시장의 요구를 읽고 현업과 경영진에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CIO들은 IT 신기술과 트렌드도 놓치지 말아야 하고 경영과 재무, 마케팅과 영업 현장, 그리고 자사가 속해 있는 산업의 트렌드와 법규, 동종 업계의 현황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는다. 이 시대의 CIO는 슈퍼맨이 되길 요구받고 있다.

“전환기에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러셀-존스 부사장은 설명한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CIO들이 이러한 압박과 부담을 느끼지만 IT 자체가 일상화되어가고 있는 현재 CIO는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은 패키지화되어 가고 있으며 하드웨어는 OOTB(Out-Of-The-Box) , 플러그인 설치 등 갈수록 단순화돼 가고 있다. 네트워크 또한 표준화 됐으며 IT 업무의 많은 부분이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CIO에게 비즈니스 가치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요구일 수 있다. 이제 CIO들은 IT가 기업과 비즈니스 가치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확실한 인과관계를 보여줄 것으로 요구받는다. 그것도 비즈니스 언어와 비즈니스 기준의 성과지표를 활용해서 말이다.

러셀-존스 부사장은 20년 전 OEM TV 제조업체이던 금성이 OEM 비즈니스에 만족하고 머물렀다면 지금의 LG 브랜드는 없을 것이라고 비유해 설명한다. OEM 비즈니스에서 중국이 부상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한 금성은 많은 변화를 거쳐 글로벌 기업인 LG로 거듭났다. CIO 또한 주문자가 요구하는 품질 수준만 맞추고 원가절감이 가장 큰 고민인 OEM CIO로 남을 것인지, 기업의 브랜드와 비즈니스 가치 발전에 기여하는 브랜드 CIO로 나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지금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고 첨언한다.

그렇다고 브랜드 CIO가 IT 효율성 등 IT 관점을 저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CIO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그 위에 비즈니스를 위한 고부가가치를 고민하라는 뜻이다.

ERP나 SCM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보면 프로젝트 납기 준수는 CIO의 기본 의무다. 그러나 프로젝트 완료 후 OEM CIO는 IT의 역할이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고, 브랜드 CIO는 시스템 오픈 후 현업이 사용하기 시작하면 더 바빠진다. 새로 구축한 시스템에 자동화된 송장처리, 보다 효율적인 창고관리와 물류센터 운영 등 추가적으로 어떤 기능을 제공해 비즈니스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브랜드 CIO다.

어떤 CIO냐에 따라 고려하는 기술의 우선순위도 달라진다. OEM CIO는 소극적인 아웃소싱, 자동화, 가상화, 프로젝트 관리 등 IT비용절감을 위한 기술을 우선 고려한다. 반면 브랜드 CIO는 소셜 컴퓨팅, 고급분석(Advanced Alaytics), 상황인식(contextual) 컴퓨팅 등 풍부한 정보를 다양하게 가공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모색한다. 비즈니스에 가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CIO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CIO가 자신의 시간표를 체크해보는 것이다. 러셀-존스 부사장은 현업부서 및 경영진들과 보내는 시간, IT부서원들과 솔루션 벤더, 아웃소싱 사업자 등 IT 관계자들과 보내는 시간을 비교해보라고 권한다. 황금비율은 7:3이다. 비즈니스 사용자들, 경영진들과 보내는 시간이 70%라면 그 사람은 브랜드 CIO로서 기반을 닦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서서히 비율을 바꿀 수 있도록 투입 업무 시간을 조정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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