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이 일찍이 활자가 수행하던 기능을 대신 많이 떠맡았다. 텔레비전은 눈에 호소하고 라디오는 귀에 호소하고 인터넷은 수시로 일하던 중에 유혹한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는 우리가 사물을 깊이 이해하는 데에는 썩 희소식이 아니다. 대충 훑어봐도 되고 대강 다른 것과 병행해도 되다보니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핵심적이다. 자기 머리로 무엇을 생각하지 않아도 좋도록 인스턴트식으로 만들어진 정보에만 익숙하면 사유의 깊이를 잃어버린다. 커피도 분말 가루를 따뜻한 물에 녹여 먹듯이 우리도 핵심에 생각을 입혀야 한다. 내 생각이 가미되지 않은 정보는 데이터에 불과하다. 내 생각으로 말랑말랑하게 녹이고 내 삶에 적용하여 음미할 때 지혜가 깃든다.
이제 정보를 받아들일 때 죽 훑어보지 말고 정독하자. 그냥 읽지 말고 발견하고 배우려고 해야 한다. 사회학자 벤저민 바버는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고 말했다. 같은 책을 보고도 예전 것과 비슷하다고 던져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전 것과 20% 다른 지점이 이곳이라며 밑줄을 긋는 사람이 있다. 같은 책을 보고도 재미 없다며 베개로 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자와 가상토론을 하며 질문거리와 비판거리를 메모하는 사람이 있다. 정보는 사색을 통해 내 것으로 소화시켜야만 진정한 영양분이 된다. 같은 정보를 얻고도 바로 뱉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맛만 보고 마는 사람도 있고 꼭꼭 씹어 소화시키는 사람도 있다. 이제 무조건 독서하지 말고 섭렵하자.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찾고 비교하고 질문해야 내 지성이 단련된다. 정보는 도처에 있다. 이제 그 정보를 내 지식으로 삼키고, 내 지혜로 소화시키는 사람이 인재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