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총무팀 A과장은 챙겨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민원이 빗발칩니다. 개발1팀에서는 A4 복사용지가 없다고 전화가 오고 재무팀에서는 사무실 전기스위치 배터리가 나갔다고 연락이 옵니다. A과장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직접 복사용지를 사러 사무용품점으로 가지 않아도 되게끔 미리 A4용지를 가져다주는 사람, 전기스위치를 사러 철물점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창고에 넣어주는 사람이 필요하겠지요. 이렇게 복사용지나 전기스위치처럼 ‘기업소모성자재’를 관리해주는 기업이 있습니다. 여러분 학교에도 분필이나 칠판지우개, 책상, 교탁 등을 제공하는 전담 기업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업 살림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윤활류’ 같은 업체들을 통칭해 ‘MRO(기업소모성자재)’ 기업이라고 합니다.
Q:MRO란 무엇인가요?
A:MRO란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운영(Operation)의 약자입니다. 생산에 직접 필요한 물품은 아니지만 설비나 시설물을 유지·보수하려면 필요한 물품들입니다. 사무용품, 청소용품부터 각종 소모성 자재에 이르기까지 기업 생산과 관련된 모든 자재를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예를 들면 복사지, 프린터 토너, 필기구 등 사무용품은 물론 전선케이블 등 전기전자제품과 가스 등 연료류, 볼트 베어링 등 기계부품 등이 포함됩니다. 기업에서 이런 소모성 자재를 모두 관리하기엔 인력과 시간, 비용이 낭비되기 때문에 대행업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대행하는 전문업체를 MRO 기업이라고 합니다.
Q.MRO를 전담하는 기업에는 어떤 곳이 있나요?
A:현재 우리나라는 산업별·비즈니스 성격별로 다양한 MRO 기업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서브원, 아이마켓코리아, 엔투비, 코리아e플랫폼, KT커머스, MRO코리아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중 서브원은 매출이 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미주지역,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거점을 확보한 결과 업계 최초로 지난해 무역의 날에 ‘수출 1억달러 탑’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서브원은 지난 2005년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진출과 함께 MRO 용품 및 자재의 구매아웃소싱을 위해 중국에 처음 진출해 올해 18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Q:MRO를 이용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A:기업에서 복사용지를 1세트만 구매하면 정가를 줘야 합니다. 하지만 100세트, 1000세트처럼 다량으로 구매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지요. MRO 기업들의 이런 ‘바잉파워’를 통하면 싼 값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또 상품을 표준화할 수 있어 계획 구매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력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소모성 자재를 적재적소에 공급받을 수 있어 편리하겠지요.
Q:MRO기업의 공급협력사도 이익이 있을까요?
A:물론입니다. MRO기업들은 최근 중소기업의 새로운 ‘유통판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MRO구매 대행 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면서 공급협력사로 참여한 중소기업 매출도 덩달아 증가 추세기 때문입니다. 현재 MRO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업체는 3만개 이상이고 거래 규모도 4조원을 넘습니다. 실제로 MRO구매대행 업계 1위인 서브원은 작년 12월 현재 LG·두산·금호그룹 등 대기업을 비롯한 1000여개 고객사에 100만개 품목을 공급 중입니다. 그간 마케팅 경험과 판로개척의 노하우가 없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있는데도 고전한 중소기업에겐 새로운 기회죠. 이들 협력사는 구매고객사의 방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기업을 비롯한 신규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진입할 수 있습니다. 또 새로운 인프라를 만드는 대신 구매대행사가 이미 구축한 상품 디자인이나 물류 시스템 등을 사용할 수 있어 인력·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입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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