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녹색인증제:그린 거품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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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인증제

283과 53. 지난 2000년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외환위기를 겨우 넘어선 2000년 3월 10일, 코스닥지수가 283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으로 촉발된 벤처 창업 및 투자 열풍은 전국을 휩쓸었다. 당시 자산운용사에 근무하던 A씨는 “사업계획서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거절하기도 어려워 한 달에 70여개 업체에 투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해 12월 26일, 코스닥지수는 5분의 1수준인 53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벤처지수도 787에서 92로 급락했다. IT를 기반으로 한 소위 벤처 거품이 한 번에 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당시 주식투자 인구가 500만명에 달했으니 적어도 국민 10명 중 한 명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벤처붐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에 벤처붐이 온 것 처럼 금융위기에 이어 ‘저탄소 녹색성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잡으면서 녹색붐이 불기 시작한 것. 벤처붐은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IT강국으로 끌어올렸지만 ‘묻지마 투기’로 인한 거품을 야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녹색붐을 경계하는 이유다. 하지만 벤처 붐과는 분명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벤처붐은 IT라는 단편 기술에 의한 것이었다면 녹색붐은 융복합기술에서 출발한다. 당시는 국내에 국한됐지만 녹색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만큼 시장도 크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 또 예전과 달리 중소벤처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들의 보는 눈도 업그레이드됐다. 10년 간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반면 위험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녹색인증제도가 등장했다. 녹색인증은 일정 기준에 부합한 녹색기술이나 프로젝트를 정부가 인증해주고 여기에 투자하는 녹색예금·녹색채권·녹색펀드 투자자에 세제를 지원, 민간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일종의 옥석 가리기다.

 기술자체에 투자하지 않고 설비 투자나 운영자금 등 기업이 투자하는 곳에 지원하는 형식이다. 벤처붐 때처럼 녹색기업 난립을 제한하고 지나친 정부 혜택에 따른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녹색투자 과열현상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녹색기업에 대한 혜택을 따로 두지 않았다.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매년 기술기준도 바꿀 계획이다.

 유망한 녹색기술과 녹색사업을 인증해주고 민간투자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끔 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지원 방식도 기존 융자나 보증에서 투자로 선회해야 한다. 융자나 보증은 부채에 포함돼 기업의 재무건정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게 투자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단순지원은 자립성을 떨어뜨리고 의존성을 강화해 줄 뿐이다.

 반면 투자는 자본으로 계상,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바로 집행이 가능하다. 당연히 투자자들이 경영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다.

 문제는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지원 여부다. 녹색기술이나 사업의 경우 대부분 위험이 크고 장기간의 투자를 요한다. 녹색산업 육성한다고 투자금을 모아도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답습될 뿐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창한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은 “민간 자본이 제대로 투자되기 위해서는 녹색기업에 대한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며 “과거 벤처 붐 때처럼 아예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옥석을 가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예전 벤처기업 때와 같은 육성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녹색인증제가 뭐죠?

 녹색인증제도는 인증된 기술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녹색예금·녹색채권·녹색펀드 투자자에게 세제를 지원, 민간자금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제4차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발표된 ‘녹색투자 활성화를 위한 자금유입 체계 구축방안’의 후속조치로 도입된다.

 소관 부처의 기존 정책과 연계해 지원하며, 인증 기술 및 프로젝트를 사업화하는 기업에 대한 R&D·보증·마케팅·수출 등 지원 우대방안을 마련 중이다.

  범부처차원에서 추진되는 녹색인증은 신청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인증서 신청 접수와 발급 창구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으로 단일화하고 기술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공공기관을 지정, 인증평가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작년9월말 제22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녹색인증 도입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녹색인증은 크게 △녹색기술 △녹색사업 △녹색기업 확인으로 나뉜다. 우선 녹색기술은 정부가 별도로 고시하며 기술성·시장성·전략성 등을 고려, 10대 분야를 선정했다. 녹색사업은 녹색기술·녹색제품을 이용, 에너지·자원을 투입하거나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사업이 해당된다.

 녹색기업은 인증된 녹색기술에 의한 매출비중이 총 매출의 30%이상이어야 한다. 신생 또는 성장진입기에 있는 기업으로 성숙기의 부품소재 전문기업보다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첨단기술기업의 기준을 준용할 방침이다.

 녹색기술 인증을 새로 신청한 기업이 확인기준에 적합한 경우 녹색기술과 함께 신청하면 된다. 녹색기술 인증을 보유한 기업은 확인기준에 부합되는 시점에 신청 접수할 수 있다. 유효기간은 2년으로 녹색기술 인증과 동일하다. 수수료는 녹색기술이 100만원, 녹색사업은 150만원이다. 녹색기업 확인은 무료다. 수시접수를 원칙으로 접수 후 45일 이내 인증 여부가 판가름난다.

 유효기간은 인증일로부터 2년이며, 만료 후 재신청할 수 있다. 인증 유효기간 내 고시가 변경되더라도 해당 인증은 유효기간까지 인증 효력이 존속된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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