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처참한 주가 흐름을 보인 통신주가 내년에는 부활할 수 있을까. 통신사의 주가는 연초부터 시작한 증시 랠리에도 유독 소외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도 못 미치거나 겨우 회복하는 데 그쳤다. 내년에는 이 같은 판도를 뒤짚고 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왜 통신주만 안 올랐나=올 들어 경기 회복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통신주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간판주인 SK텔레콤의 주가는 연초 21만원에서 현재 17만원 중반대로 곤두박질 쳤다. 18일 종가 기준으로 15.95%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157.4포인트에서 1647.04포인트로 42.31% 오른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성적표다. 삼성전자(64.47%), LG전자(51.61%) 등 대부분의 IT업체가 연초 대비 코스피를 상회하는 주가 수익률을 올렸다.
LG텔레콤도 마찬가지다. LG텔레콤은 올해 초 9900원에서 최근 8000원대 중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14.55% 떨어졌다. 그나마 KT가 2.91% 올랐지만, KTF와의 합병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성장이다.
통신업종의 실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지난 3분기 코스피 통신업종 상장사의 매출액은 5조1838억원, 영업이익 8096억원으로 일년 전보다 각 7.2%, 11.4% 상승했다. 금융위기 전인 지난해 3분기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통신주가 나빴던 원인으로 방어주인 통신주의 특성과 시장포화에 따른 경쟁 문제를 지적한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동통신 보급률이 95%로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B2C 기반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며 “보조금 경쟁 격화와 마케팅 비용 상승도 같은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통신주 내년은 ‘미워도 다시 한번’=내년에도 장이 좋으면 방어주의 특성상 통신주가 시장을 뛰어넘는 수익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증시가 상승세를 탈수록 수출 위주의 성장주에 관심이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주를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인 요인도 분명히 있다. 스마트폰 덕에 무선 인터넷 시장이 본격적으로 꽃필 것으로 예상되고, 기업고객이라는 새 시장을 찾은 점은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올해 정부가 요구한 요금규제를 이미 여럿 수용하면서 내년에도 올해처럼 규제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낮다.
정승교 연구원은 “B2C의 한계에 직면한 통신사들이 B2B, M2M(장비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 부분이 실적으로 뒷받침될 때 시장이 반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SK텔레콤이 기업고객의 생산성 강화(IPE)를 내걸고 관련 조직을 마련했다. SK가 하나카드 지분을 인수하고, KT도 카드사 인수를 물색하면서 B2C는 물론이고 M2M 부문의 새로운 서비스도 기대된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통신사들이 기업고객 시장을 잡기 위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 통신주에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시장 수익률 정도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남곤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지만 무선데이터 시장 활성화에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며 “1인당 평균 매출액(ARPU) 증가가 수익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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