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와이브로 장비 시장에 공급 다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전자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국내 와이브로 시스템 시장에 해외 다국적기업의 진입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KT(대표 이석채)는 오는 16일까지 와이브로 분산형 기지국 정보제안요청서(RFI)를 접수한다고 13일 밝혔다.
KT와 관련 업계는 제품 원천공급사 기준으로 삼성전자·시스코·화웨이·ZTE 4개사를 비롯해 최대 6개 정도의 컨소시엄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를 참여 컨소시엄 대상으로 1차 검증을 진행한 뒤 구체적인 시험평가(BMT) 일정 등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이어진 KT의 고민=KT는 지난 수년간 와이브로 장비 공급사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중계기는 다양한 국내업체에서 공급받지만 기지국 등 시스템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공급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계기와는 달리 기지국 등의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구매한다고 판단해 왔다.
KT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포스데이타 등 복수의 장비 공급사 선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기술과 가격을 만족시키는 업체를 찾지 못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함께 장비 개발을 주도했던 포스데이타는 올해 와이브로사업을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시스가 장비를 개발, SK텔레콤에 일부 납품하기는 했지만 아직 삼성전자와 경쟁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KT의 한 관계자는 “다국적기업과 접촉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은 상호 협력을 논의 중인 단계여서 구체적으로 얘기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는 사실상 독점 시장=삼성전자는 2006년 세계 첫 상용화를 기반으로 국내외 와이브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18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와이브로(와이맥스 포함) 시장에서 35∼40%의 점유율을 기록, 최대 7억2000만달러(환율 1200원 기준 86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95%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내 이익률도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장비업체로서는 사업을 잘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와이브로사업자는 가격이 적정하느냐는 논란에 휘둘릴 수 있는 대목이다. KT 등 사업자가 와이브로 사업 확대의 어려움의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하는 설비 투자금과 맞물리는 셈이다.
◇견제용인가 혹은 대안인가=KT가 진행하는 이번 RFI는 장비의 활용 방향과 별개로 2가지 목적이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스코·화웨이·ZTE 등의 세계적인 업체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메시지로 삼성전자를 자극,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음은 이전과 달리 진짜 복수 공급사 선정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물론 후자도 장비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다. 다른 장비업체의 수준도 1∼2년 전보다 많이 발전, 객관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지난달 KT가 정부의 주파수 대역폭 복수 표준 허용 방침에 따라 현행 8.75㎒인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폭을 10㎒로 전환하기로 한 점은 외국 와이브로 장비업체의 국내 진입 문턱을 없앤 것과 같다. 별도의 국내향 장비를 개발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여러 가지 여건상 이번에는 삼성전자 이외의 업체들이 KT 와이브로 시스템 공급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KT도 와이브로 장비 가격에 대한 부담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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