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결산]<1>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IT삼총사`

Photo Image

 올해 한국 무역은 대단했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신음을 앓는 동안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불황을 이긴 한국의 수출은 올해 ‘사상 최대의 무역 흑자’ ‘사상 최초로 전세계 수출순위 10위권 진입’ 두가지 큰 성과를 거뒀다.

 올해 무역흑자 규모 예상치는 420억달러. 종전 최고치인 1998년 390억달러에 비해 무려 30억달러 증가했다. 수출은 3620억달러, 수입은 3200억달러 가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수출 특징으로는 IT종목의 약진을 꼽는다. IT 3총사인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속 상승하며, 한국 수출 선전에 크게 기여했다. 올해 4대 수출 상품중에 이들 3개 상품은 나란히 2∼4위를 기록했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지난해보다 수출이 25.3%나 대폭 상승해, 타 업종의 감소와는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10월말 기준 이들 빅3 IT제품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도 25%에 육박했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황속에서도 꾸준한 기술개발을 펼쳐온 우리 IT기업들이 신제품 출시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주력 수출품목인 D램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9.6%에서 올 2분기 61.0%로 올랐고, LCD 역시 지난해 2분기 44.5%에서 올 2분기 55.4%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글로벌 수출 톱10에 당당히 국명을 올렸다. 1∼9월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은 2601억달러로 9위다. 지난해 12위에서 1년만에 영국(2586억달러, 이하 9월말 현재) 캐나다(2335억달러) 러시아(2082억달러)를 제쳤다. 1981년 세계 20위권에 들어선지 28년만의 쾌거다.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 수출역군들의 활약 상을 볼 때 쉽사리 10위권 밖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인사이트는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이 내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13.3∼17.1%를 내다봤다. 이는 우리와 순위경쟁을 펼치고 있는 영국(11.7∼15.0%) 캐나다(8.7∼13.6%) 러시아(9.0∼13.9%)에 비해 높다. 오히려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이탈리아(4.5∼5.0%) 벨기에(5.6∼9.6%) 등과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칠 것이란 예상이다.

 내년 우리 무역 환경은 그리 달갑지 않다. 경제 회복과정에서의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달러화 약세, 출구전략과 금리인상, 그리고 신흥개도국들의 견제 등은 분명 부담이다. 하지만, 올해 보여준 저력을 볼 때 내년 수출 4000억달러대 재진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선희 KOTRA 통상조사처 처장은 “경제위기 시기에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결과 한국제품의 위상이 제고되고 시장점유율이 확대됐다”며 “앞으로 세계 경기회복 진행으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