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과 8살난 아들 두 명을 두고 있는 몸이 불편한 싱글 대디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줄 여유가 없는데 누가 좀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미국의 경기침체 장기화로 서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온라인 상에서 독지가의 온정과 적선을 호소할 수 있는 사이트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9일 미 NPR(공영라디오 방송)에 따르면 이른바 사이버 공간상의 ‘구걸사이트’인 ‘베그스리스트(Begslist), ‘사이버베그(CyberBeg)’, ‘도네이트 머니 투 미 닷컴(DonateMoney2me.com)’에는 온정의 손길을 요청하는 글들이 수 천개 올라있다.
이들이 올려놓은 사연들은 공과금을 낼 능력이 없는 싱글맘에서부터 집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의 건설현장 노동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대부분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마이클 아서는 “산타, 거기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구걸하는 게 정말 싫지만,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면서 장난감을 사 줄 후원자를 찾아 나섰다.
동네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아서는 허리도 안좋은데다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어려워 사이버 공간을 통해 구걸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심을 표명한 3명중 진짜 후원을 해줄 것같은 한 명에게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 목록과 옷 사이즈를 적어 보냈으나, 아직까지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 자녀를 둔 싱글맘 타리샤 버튼은 인터넷 정보관련 사이트인 ‘크레이그 리스트’에 “크리스마스를 위해 (성원해 줄) 가족을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버튼은 “나는 절대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다”면서 “단지 아이들이 올해 성탄절만큼은 남부럽지않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버튼 역시 온라인 상에서 신통한 답신을 받아보지는 못했다.
게다가 일부 ‘구걸 사이트’는 가입료를 받고 있어 가뜩이나 돈가뭄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접근기회를 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네이트 머니 투 미 닷컴’은 효과적으로 후원자들의 온정을 이끌어낼 수 있게 해주겠다며 사연을 담은 글을 고쳐주거나 조언해 주는 서비스료로 매월 45달러씩을 받고 있다.
이를테면 “당신의 관대함이 나의 인생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입니다”, “당신의 도움으로 우리는 계속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사용하도록 다듬어 준다는 것.
이에 대해 ‘베그스리스트’ 설립자인 렉스 캄포사그라도는 “돈이 필요해서 구걸을 하는데 서비스료를 받다니 말도 안된다”면서 “거리에서 적선을 구하는 사람들한테 ‘요금’을 내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상에서도 ‘무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구걸 사이트’ 관계자들은 이들 사이트에 오르는 글이 과연 정말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올린 것인지, 아니면 사기성 글인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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