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후 트라우마로 자살하거나 PTSD 등 사회문제로 대두
재난이 닥치면 이미 수립해 둔 BCP(운영연속성계획)에 의해 대응하고 복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재난복구계획이 물리적인 피해복구 부분에만 관심이 집중돼 실제로 재난피해자에 대한 심리지원 부분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 인해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 유가족 등 재난피해자들이 적절한 심리적 도움을 받지 못해 자살을 택하거나 PTSD(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코베시의 심리치료센터에서 2005년 JR(Japan Railway)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 부상자에 대해 3년에 걸쳐 면접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신과나 심리치료과에서 진찰받고 있는 사람은 2006년 63.8%, 2007년 76.2%였고, 2008년은 조사대상 33명 가운데 17명(51.5%)이 ‘공포감이 있고 JR를 탈 수 없다’고 대답했으며, ‘사람과 만나는 것이 힘들다’ ‘두통이 심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 연구를 담당한 우치우미 치구사 주임연구원은 “체험이 강하면 강할수록 미치는 영향도 크고, 일상으로 회복하기 위한 시간도 더 길어져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한 국립정신신경센터 정신보건연구소 스즈키 유리자 실장은 재해 후의 최대 과제로 스트레스의 증대를 들며, “이재민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해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데 큰 도움을 얻었다”고 조언했다.
중국에서도 최근 쓰촨대지진으로 아들을 잃은 정부의 고위간부 한 명이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결국 자살을 택했다는 기사가 보도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으며, 그동안 이와 유사한 사례도 여러 차례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지난해 발생한 쓰촨대지진으로 인해 50만명의 사람들이 PTSD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보고됐다.
중국 장쑤성 난징시의 양자만보에 따르면 쓰촨대지진의 이재민과 구조활동에 임한 사람들중에 PTSD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50만명이 넘는다.
이 보도에서 중국과학원심리소의 장간 소장은 “이번 쓰촨대지진으로 심리적 장해를 보이는 이재민과 구조활동 종사자의 수가 최소 50만명이 넘는다”며, “PTSD 환자 치료를 위해 향후 5년간에 걸쳐 장기연구계획을 세워 재난발생지점에 재해심리치료센터를 설치하고, 전문 카운셀러를 현지에서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에서 지원 나온 한 심리카운셀러는 “지진 발생 당시의 공포나 비참한 현장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이들이 PTSD에 시달리게 되면, 인격 형성에 현저한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특별재난지역 등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센터를 통해 심리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나 아직까지 전반적인 시스템 구축 단계에 머물고 있고, 해마다 예산편성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2008년 6억8백만원→2009년 3억원→2010년 예산안 1억8천만원)
소방방재청 재난피해자심리지원사업 담당자는 “우리가 재난피해자심리지원사업을 주관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프로그램이 없다. 발표회 등을 통해 16개 시·도별 우수사례 등을 모아 전파하는 수준이다”며, “심리지원사업은 자원봉사의 개념이 강해 계획을 구체화 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심리치료대상자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사회분위기도 사업홍보에 지장을 줘 시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재난관리전문가는 “BCP의 4단계(예방→대비→대응→복구) 중 복구 프로그램을 수립할 때 심리지원 인력 풀(Pool) 확충, 심리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 실효성 있는 재난피해자심리지원 방안이 보완·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박일우 기자(free@di-f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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