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겨울로 기억된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u시티건설지원법’ 초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지자체의 자가망 구축 허용 및 자가망 간 연계였다. 그리고 이 초안은 ‘유비쿼터스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u시티건설법)’로 법안명이 바뀌면서 다음해인 2007년 9월 입법예고됐다.
진행상황을 지켜보던 옛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는 결전을 결의한다. 정통부 핵심법의 하나인 전기통신기본법의 훼손과 사업자들의 고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각오에서다.
연일 국토부와 정통부 간 설전이 벌어졌고, 결국 국토부는 자가망 연계 조항을 삭제하고 정통부와 사전협의를 거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국무회의와 국회 의결을 거쳐 최종 공포된 ‘u시티건설법’은 정통부의 강력한 의지표명에 힘입어 일부 조항이 삭제되고 자가망 논란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곤 몇 개월 후 정통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혈통을 이어받은 방통위가 탄생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천명하고 출범한 방통위는 연일 역할 정립에 여념이 없었다.
이때 국토부는 슬그머니 u시티건설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에는 법 제정 과정에서 삭제됐던 u시티 기반시설의 상호 연계 및 u시티 기반시설을 이용한 부대사업 조항이 포함됐다.
여기에 자가망 간 연계 및 u시티지원기금 조성 조항을 포함한 의원입법도 발의된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전기통신사업자와 일부 언론에서 우려를 표명하자 국토부는 시행령에서 지자체의 자가망 구축 허용 및 권장에 대한 문구는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피해갔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국가 네트워크망에 대한 관리책임이 어느 부처에 있는지조차 헛갈린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방통위는 내부 담당자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해당 사안에 소극적인 상태였다.
지난달에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졌다. 정통부 시절 적극적으로 방통위 출범 이후에도 기조만큼은 반대를 유지하던 ‘u시티 자가망 연계’를 신성장동력관련 규제개혁 안건으로 받아들인 것. ‘일단 일부 지역이라도 허용하게 되면 향후 자가망을 구축한 지자체가 통신사업자 지위를 확보하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마당에 ‘제도개선협의체’를 만든다는 것은 ‘예스’에 가까운 행보라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더욱이 정부는 ‘자가전기통신설비설치신고에 관한 사무’의 수행 주체를 기존 방통위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통부 시절 ‘노’를 외칠 수 있었던 사안이 방통위에서는 왜 안 되는지, 왜 계속 타 부처의 필요에 의해 밀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더 이상 방통위에는 기댈 것이 없다’는 ICT업계의 허탈감, 그리고 ICT 정책부문에서 방통위의 역할 감소를 기정사실화하는 정부 내 분위기 확산이다. 최시중 위원장의 ‘(방통위는 업계의) 도우미’라는 선언을, 유관업계가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아직은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 듯하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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