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219)어른놀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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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계획도, 휴가계획도 1순위가 여행이다. 여행은 직장인의 로망이다. 지친 영혼과 너덜거리는 육신을 달래는 데 여행만큼 큰 선물이 없다. 생각 구석구석에 낀 곰팡이를 제거하고, 과로와 술에 찌든 육체를 회복하기 위해 쳇바퀴 같은 일상을 버리는 결단이다. 물론 ‘집 나가면 개고생’이고 믿을 것이라곤 내비게이션과 여행책자뿐일지 모른다. 도처에 바가지 요금이 성행하고 두루 둘러보아도 예상했던 것보다 불편한 시설뿐일 수도 있다. 신세계에 발을 디딘 콜럼버스처럼 벅찬 마음으로 도착했지만 한 시간도 안 지나 ‘나, 돌아갈래’를 외칠지 모른다. 새로운 문화와 장소를 체험한다는 것은 호기심만큼이나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는 호기심을 안전과 맞바꾸지 않는다. 매번 돌아와선 ‘내 집이 최고’라는 단순한 발견을 반복하지만 매번 기대와 호기심으로 들뜬다.

 여행을 좋아하는 고수들은 여행의 경험을 사랑한다. 새로운 삶을 들여다보고 나를 발견하기 위한 여정을 사랑한다. 이에 비해 저급한 여행도 있다. ‘쇼핑하는 여행’이다. 도착하자마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명품 할인가를 검색하고 짝퉁 완성도를 점검하는 데 사용한다. 또 다른 하나는 ‘찍는 여행’이다. 다녀갔다는 것을 기록하러 왔거나 답사차 온 사람처럼 사진 찍기에 바쁜 여행이다. 흔히 유럽여행에서 한국 사람은 걸음걸이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잰걸음으로 두리번거리며 사진 찍기에 바빠 여행을 통해 얻는 여유와 자유를 도난당한다. 목적지에 와 있음에도 머릿속은 다음번 목적지로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시찰이다. 여행의 고수들은 쇼핑도, 유적지도 아닌 새로운 곳의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삶을 응시한다. 여행은 현실을 떠나고 싶은 도피처가 아니라 나를 더 크게 챙겨오는 돌파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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