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따르라’고 하면 상명하복에 익숙한 남성은 행군을 하듯 줄을 서서 착착 발맞춰 따른다. 여성에게 ‘나를 따르라’고 하면 ‘왜 가야 해요? 하필이면 왜 토요일에 간대? 너 안 가면 나도 안 가’ 등 별의별 토를 붙이고 질문을 한다. 되레 잔말 없이 명령을 따르는 남성을 비굴하게 여기고 치사하다고까지 생각하며 염증을 느낀다. 그래서 ‘여자들은 안 돼’라는 소리를 자초한다. 참 개인적이고 감정적이다.
조직에서는 이런 여성을 탐탁하게 볼 리 없다. 이제 소녀를 버리고 직장인이 되자. 법칙을 깨려면 먼저 법칙을 알아야 한다.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는 남성 위주의 직장 문화에 우선 적응해야 한다. 아직까지 기업 내의 헤게모니는 남성들이 잡고 있으며, 이러한 조직의 생리를 먼저 수용해야 대안적인 방안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직장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한 단체인 Catalyst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여성 CEO의 절반가량이 남성 위주의 직장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유리천장을 깬 최초의 여성은 ‘남자 같은 여자’였다. 검정색 수트에 군복같이 각잡은 모습으로 남성무리 속에 스며들어야 했다. 반면에 여전히 소수기는 했지만 한 명에서 너댓 명으로 늘어나면서는 여성미를 강조한 ‘여성스러운 여성’이 두드러졌다. 보라색도 입고 브로치도 달며 남성 무리 속에서 여성으로 돋보였다. 요즘은 둘 다 아니다. 최초도 아니고 소수도 아니다.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해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여성이 맞는 상황은 특수하지만 여성이 넘어야 할 산은 특수하지 않다. 이제 실력 있는 전문가로서 남성들과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남자들이 화장품을 사고 여자들은 아령을 사는 세상이다. 양성성이 경쟁력이다. 남성을 이해하고 남성에게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