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풀HD 방송 서두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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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앞서 지상파TV를 바탕으로 한 고선명(HD) 3차원(D) 입체방송에 나선 것은 방송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글로벌 3D 방송시장 활성화를 향한 의지가 깔려 있다. 디지털TV로 세계 시장을 제패한 국내 가전사들은 이 기회로 포스트 디지털TV라는 3D TV 시장에서도 우위를 이어갈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3D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은 지난해 1억6000만달러에서 2012년 277억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2015년 3D TV의 예상 가구 침투율이 미국 15∼25%, 유럽 6∼15%, 일본 10∼20%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전망은 모두 3D 방송이 유료 방송 기반에서 이뤄질 것을 전제한 것이다.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으로 3D 방송을 구현하는 길이 열리면 시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3D 시장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3D 콘텐츠는 마치 영화 속 주인공과 물체가 TV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이 보여, 생생한 입체감은 물론이고 집중도가 높다. 영화나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교육이나 의료 분야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세계 방송사와 TV 제조사들도 3D TV 시장 장악을 위해 앞다퉈 관련 기술을 선보이고 상용화에 열중했다. 일본은 2007년부터 위성방송 채널 BS11에서 3D 방송을 보내고 있으며, 영국도 위성방송 비스카이비(BskyB)가 시험 방송을 진행하고 2012년에 NHK와 공동으로 런던올림픽을 3D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3D TV를 각종 전시회에 선보이며 기술을 뽐냈다. 할리우드 영화사도 내년 3D 영화를 대폭 제작할 계획이다. 3D는 불법 복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어 영화계가 관심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3D TV를 출시해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스카이라이프와 케이블TV 방송사가 내년 3D 방송을 시험 방송한다.

 ◇“지상파TV로 3D 시장 확대한다”=3D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 한국은 지상파 3D 방송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유료방송보다 지상파 방송의 파급력이 훨씬 높아 3D 확산에 불을 지를 수 있다. 다만, 시험방송이라고 해도 3D TV가 완전히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3D 방송을 지상파로 내보내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D TV를 갖고 있는 일반 가정이 시험방송으로 인해 겹침 영상을 봐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채널방송(MMS)이 가능한 대역을 활용할 방침이다. 방송 콘텐츠는 6㎒ 대역 안에서 왼쪽은 12Mbps 속도로, 오른쪽은 5.5Mbps 속도로 풀HD 콘텐츠를 보낸다. 이 방식은 HD 화질을 구현할 수 있어 HD 콘텐츠 확산 분위기를 역행하지 않는다. 시험방송을 진행한 해외 방송사는 콘텐츠 용량 때문에 HD 화질을 보장하지 못했다.

 ◇과제는 뭔가=세계 첫 시도여서 기술적으로 검증할 것이 많다. 왼쪽 영상과 오른쪽 영상을 각각 보냄으로써 시간 차이나 색감 차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3D 콘텐츠가 몰고 올 파급력 분석도 부족하다. 집중력이 너무 높아 지상파로 방송했을 때 사회적으로 어떠한 파장을 미칠지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3D 콘텐츠의 심의 규정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어지러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상파 방송이 보편적 서비스라는 점에서 살펴야 할 점이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시험 방송을 이 방식으로 먼저 진행하더라도, 3D 방송 표준을 좀 더 시간을 두고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내년 지상파 3D 시험방송이 국내 3D 방송 확산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각종 테스트를 병행하면서 미비점을 다각도로 보완할 방침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