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세종시가 풀어야 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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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맘때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측 과학기술 담당 핵심인사가 대덕을 찾았다. 그가 공개한 70페이지짜리 프레젠테이션에는 우리나라가 나아갈 과학기술 정책과 방향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그때 처음 본 기초과학 발전 모형이 바로 지금 세종시 논란의 중심으로 등장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다.

MB의 기초과학 육성의지를 담은 과학기술 분야 초기 그림에는 사실 ‘충청권=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아니었다. 위치가 확고해진 것은 당시의 대덕특구기자단 간담회 자리다. 과학기술 메카인 대덕에도 뭔가 선물을 줘야 한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가 이뤄지면서 충청권 벨트론이 자리 잡았다. 이때 경부선을 축으로 하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론과 오송·오창-천안-대덕을 연결하는 트라이앵글 발전론도 거론됐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현재 수정 논란에 휩싸인 세종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정부는 세종시를 ‘돈과 기업이 모이는 경제 허브, 과학과 기술이 교육 및 문화와 어우러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과학 메카로 만들겠다’며 올해 말까지 혁신적인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야당과 충청지역, 그리고 여당 일각에서는 처음대로 행복도시 원안에 오히려 ‘+a’를 얹어 뭔가 내놓으라고 연일 정부를 압박한다. 여기에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 역차별론을 내세워 세종시의 대기업 입주 특혜 등을 경계하고 나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의 세종시 밑그림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축으로 대기업과 대학을 입주시키고, 인근의 대덕-오송을 연계한 바이오 및 나노 R&D 테마의 연구단지형 기업도시가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종시에 국제비즈니스벨트를 구축하고 기초과학연구소를 건립하는 것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세종시와 10㎞ 거리에 있는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과의 관계 설정이다. 대덕에는 기초과학 연구 중심의 기초기술연구회와 응용 중심의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20개 출연연이 자리한다. 중복 투자 논란 문제를 피할 길이 없다. 정부가 추진 중인 출연연의 거버넌스(지배구조) 체제 개편 방안과도 맞물려 있어 생각보다 복잡한 양상이다.

세종시-대덕특구 중간에 있는 군시설인 자운대와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관계설정도 애매하다. 상호 연계성을 확보할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시설로 거론되는 가속기 도입 건도 문제다. 가속기의 도입 취지는 기초과학을 육성해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이 나오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과학 진흥이 꼭 수조원이 들어가는 가속기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그 정도 예산이면 얼마든지 더 나은 기초과학 육성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다른 지역과의 역차별 제기도 세종시가 풀어야 할 숙제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의 입주 특혜를 왜 세종시에만 줘야 하느냐는 데에 누구나 공감할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