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모든 한국인의 꿈과 염원을 담고 우주로 향한 나로호 우주발사체는 비록 한쪽 페어링의 비정상 분리로 인해 원하는 궤도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국민에게 신선하고 커다란 과학적 희망과 상식을 심어 주었다.
과학기술의 감각은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경제 감각이 없으면 사회생활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삶의 필요 요소가 됐고, 과학기술은 이제 연구자들의 전문 분야에서 일반 대중의 생활 문화가 돼가고 있다. 우리사회의 정치·문화·경제의 양극화가 진정한 사회통합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처럼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학습수용으로 생긴 소통의 단절도 잠재적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좀 더 쉽고 효과적으로 대중과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이 분야의 종사자로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199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귄터 블로벨 미국 록펠러대 박사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IP-KOREA) 1주년 기념강연에서 “과학과 일반 대중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과학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 있다”며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일찍부터 일반 대중과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인을 위한 대중적 과학행사와 국공립 과학관 시설들을 이용해 어린 시절부터 과학기술의 원리를 자신의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느껴볼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한 예로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 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이언스 과학 버스’와 같은 이동식 과학전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초·중·고생들에게 기초 과학의 실험과 응용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여 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각종 언론기관이 주도적으로 과학기술 대중화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미디어를 통해서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 미래의 과학자로 성장할 어린이는 물론이고 기성세대의 과학적 인식을 북돋워야 사회적으로 과학을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의 대중 과학행사와 전시사업이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 같아 우려도 되지만, 일반 대중이 적극 참여하도록 더욱 유도하고 격려해야 한다. 지금은 통제보다는 다양한 과학대중화 운동이 활성화돼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과학기술 대중화의 초점은 자라나는 초·중·고생들에게 창의적인 과학마인드를 갖게 만드는 것이다. 교육으로 한두 사람의 뛰어난 영재를 발굴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학의 이해를 넓혀 저변을 확대하는 일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사회 발전에는 빌 게이츠와 같은 특출한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러려면 영재에는 못 미치지만 과학적 사고를 갖고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람들을 키우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러한 우리사회의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현재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 해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학문 간 경계가 사라지고 융합 학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때, 대중과 과학기술 종사자의 의사소통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고철기 나노소자특화팹센터 원장 kochulgi@kanc.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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