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보화 RFP에도 돈쓴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정보화사업 발주시 필요한 제안요청서(RFP)를 작성할 때도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정보화 사업계획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공공기관이 명확한 사업방향을 제시하지 못해 사업도중 잦은 과업변경으로 정보화 관련 업체들의 비용이 추가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8일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정보화 예산 집행 지침을 개정, RFP 작성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또 내년 5월에는 예산 편성 지침도 바꿔 공공기관에서 이를 별도의 예산항목으로 책정하게 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예산 집행 지침에는 △RFP에 예산을 쓸 수 있으며 △발주자가 직접 RFP를 만들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 RFP 컨설팅 전문업체에 외부 용역을 줄 수 있고 △전문업체가 사업 용역 평가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삽입된다.

 공공기관은 그간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단계에서 RFP를 산출하지 않고, ISP 종료 후 비공식적으로 RFP를 산출했다. IT서비스 업체는 이 때문에 ISP를 저가에 수주했고 덩달아 SW업계 역시 악화된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2·3단계로 하도급 인력을 투입해 전체 프로젝트의 질이 낮아졌다. 잦은 과업 변경으로 SW개발자들이 격무에 시달려 일터를 떠나게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관행은 국내 IT서비스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암초로 지적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8월 24일 삼성SDS, LG CNS 등 국내 IT서비스 주요기업 3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국내 IT서비스 기업의 역량이 70점대라고 응답한 기업이 46.7%를 차지했다.

 경쟁력 격하 요인으로 저가위주 입찰관행· 내수지향적 사업구조가 문제라고 답한 기업이 47.1%로 가장 높았다

 해외 SW강국은 반면 RFP에 기술요건 등 세부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등 TRC(Technical Responsiveness Chechlist)를 상세하게 정리해 정보화사업을 진행한다.

 권형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소프트웨어 정책팀 수석은 “내년은 사업 시행의 과도기지만 예산집행 근거가 마련돼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며 “공공에 이어 금융기관 등으로 정보화사업 발주관행 개선이 이어지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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