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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교토의정서 후속 협약을 논의할 코펜하겐 유엔 기후회의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의 준비 미비 등으로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과 유엔 관리들은 이번 회의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를 이룬 뒤 내년까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규모와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적 기여를 구체적으로 정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엔 기후회의 준비모임에서 아르터 룽게 메츠거 EU 집행위원회 기후변화 협상 대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며 (완전한 합의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코펜하겐 회의에서 일정한 틀(framework)을 만들고 이후 수개월간 내용을 더 구체화하는 방안을 놓고 점점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며 3개월이나 6개월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준비모임을 주관한 이보 드 보어 UN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장은 코펜하겐에서 192개국 모두가 받아들이는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것은 공식적인 법적 지위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도덕적 구속력은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드 밀리반드 영국 기후변화장관도 코펜하겐 기후회의를 위한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회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체결하기보다는 그것을 준비하는 모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 기후회의에 비관적 전망이 늘고 있는 것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 등이 아직 감축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선진 산업국과 개발도상국 및 빈곤국가 사이의 이견도 여전히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불참을 이유로 교토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았던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 참여 의지에도 아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지 못한 채 의회에서 여야가 갈등을 빚고 있다.

준비모임에 참여한 조너선 퍼싱 미국 협상대표는 자국의 목표는 제시하지 않은 채 중국에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 지구온난화에 적극 대처할 것을 촉구해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 발휘 의지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준비회의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선진 산업국을 상대로 더 큰 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제시하라며 하루 동안 회의를 집단 거부해 코펜하겐 기후회의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파 오스먼 자르주 감비아 협상대표는 “우리는 현재 선진국들이 제시하는 1990년 대비 20∼30%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1990년 수준보다 최소 40%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진국 중 EU와 일본은 각각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와 25%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고 미국은 의회에서 2005년 대비 17∼20%를 줄이는 목표를 논의하고 있어 아프리카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에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회담한 후 기후변화 논의가 부진해 코펜하겐 회의에서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합의를 이루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며 합의를 위해서는 각국의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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