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철강업계의 디지털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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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봉 포스코 상무

 “회사별 시스템 최적화를 넘어 포스코그룹 전체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내년에는 전사적으로 확대 적용해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사무혁신·물류혁신을 동시에 이뤄나갈 것이다.”

 임종현 현대제철 이사

 “고로 1기(2010년)와 고로 2기(2011년) 등 향후 가동될 일관제철소 전 공정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 전후 공정 간 실시간 조업진행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생산성 및 납기달성률 향상을 위한 생산관리시스템(MES)을 구축하는 등 일관제철소의 디지털경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변명섭 동국제강 상무

 “향후 2∼3년 내 전사적인 문서관리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시스템 구축이 이슈가 아니라 업무의 틀을 완전히 새로 짜는 혁신 프로젝트가 될 것이기에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조직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경영 체제를 고도화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세스혁신(PI) 프로젝트를 가속화하던 포스코의 모습을 다시 보는듯 하다. 지금 국내 철강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디지털경영 열풍을 두고 하는 얘기다.

 포스코는 지난 10년 간의 PI 1∼3기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고 후발주자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철강업계 디지털혁신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전사 IT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 후 찾아올 회복기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 자리 매김하고 있다. 포스코는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태국-인도 생산벨트’를 구축하면서 세계 조강생산량 1위 기업인 미탈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후발주자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공장 증설로 조강생산량을 2배 가까이 늘리고 있다. 대대적인 사업 확장에 따라 경쟁력 제고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경영 체제 고도화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의 디지털경영 열풍은 국내 철강업계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 이미 디지털경영 체계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포스코와 국내 후발주자들 간의 디지털경영 격차를 크게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조강생산량 3300만톤을 자랑하는 포스코는 1990년 후반에 시작한 PI 활동으로 일찌감치 전사 범위에 걸쳐 디지털경영을 위한 IT인프라를 완비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에 비해 조강생산량이 40%에도 미치지 못했던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전사 범위의 디지털경영 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최근 1∼2년새 대대적인 전사 PI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경영 대열에 합세했다. 올들어 조강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고 향후 몇년 내 글로벌 경쟁력을 배가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의 MES 구축으로 납기 달성률을 82.5%에서 95%로 높이고, 주문에서 납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7일가량 단축할 계획이다. 동국제강 역시 공정 계획과 MES 등의 신규 시스템 도입으로 주문 리드타임을 15일 이상 줄이는 등 업무 생산성을 크게 향상했다.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도 불붙기 시작한 국내 철강업계의 디지털경영 혁신 활동은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납기달성률↑, 주문 리드타임↓=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최근 연이어 공장 가동에 들어가면서 MES 구축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단순히 생산시스템을 하나 더 추가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재 수급에서부터 생산·출하까지 전체 영역에서의 운영 효율을 위한 시스템을 재정비하면서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충남 당진에 연산 150만톤 규모의 후판공장을 완공한 동국제강은 공장 가동에 앞서 지난 9월 24일 전사적인 업무시스템 구축을 위한 ‘데니스(DENIS)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MES, 생산계획 및 스케줄링(ASP) 등 동국제강의 3대 핵심 시스템을 모두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2월부터 18개월 동안 150억원을 투자했다.

 동국제강은 이번 데니스 프로젝트로 포항·인천·부산·당진공장의 모든 조업환경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포항·당진공장 간 후판 생산량 배분 등 공장 간 생산과 물류를 최적화하기 위한 체계도 수립해 납기달성률이 기존 대비 30∼50% 이상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주문 리드타임도 과거 30일 이상 걸리던 것이 15일 이내로 줄었으며 월 결산 소요일 수도 3일로 대폭 단축했다.

 변명섭 동국제강 상무는 “이번 프로젝트로 생산납기·고객주문납기·원료납기 등 납기달성률이 모두 과거 대비 30% 이상 향상됐다”며 “2005년 IBM의 IT아웃소싱 계약을 끝내고 빅뱅 방식으로 구축했던 도피스(DOPIS) 시스템을 당진공장에 확대 적용하고, 공정 계획과 MES 등의 신규 시스템도 추가로 구축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내년 1월 5일 가동을 목표로 당진에 연산 800만톤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일관제철소를 짓고 있다. 일관제철소는 철광석을 넣어 철강제품을 뽑아내는 모든 공정을 갖춘 공장을 말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 당진 일관제철소의 고로에 불을 지피게 되면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일관제철소를 확보한 회사가 된다.

 또 고로 1, 2호기가 모두 완공되는 2011년에는 현재 1150만톤인 철강제품 생산량을 2배에 가까운 1950만톤으로 끌어올린다. 현대제철은 고로 가동에 앞서 오는 11월 말부터 후판공장 시운전에 들어간다. 이처럼 조강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남과 동시에 현대제철로서는 처음으로 일관제철소를 운영하는 하는 만큼 IT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관련 시스템 구축 작업에도 많은 투자와 노력이 투입됐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2일 추석연휴를 겸해 일관제철소 운영을 위한 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판매와 생산계획에서부터 공정계획, 품질관리, 조업, 통계, 출하 등 제철소 운영을 총 망라하는 통합 생산관리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지금은 시스템 안정화 작업에 한창이다. 현대제철은 이 프로젝트에 지난 2년여 동안 무려 400억여원을 투자했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의 생산관리시스템을 통해 현 납기달성률을 현 82.5%에서 95%로 높이고, 앞으로 납기 분석을 통한 지속적인 개선활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주문접수에서 고객인도까지의 공기를 단축함으로써 주문 리드타임도 현 25일에서 18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제철측은 기대하고 있다.

 임종현 현대제철 이사는 “향후 주문처리 체계를 개선하고 공정계획 기능도 최적화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구축한 물류관리시스템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프로세스로 제철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T혁신에도 ‘포스코 효과’ 기대=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이러한 IT혁신 작업에는 ‘포스코 효과’도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 효과는 주식 시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로 업계 1위 업체인 포스코의 주가가 상승하면 철강주 전체가 상승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철강업계의 IT혁신 열풍에도 이런 포스코의 롤 모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1999년부터 PI로 세계 철강산업 최초로 IT를 접목한 디지털경영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왔다. 1기 PI로 구축한 통합정보시스템인 포스피아(POSPIA)는 3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해 가동 1년도 채 안 되는 시점에서 투자비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이끌어내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포스코는 포스피아를 기반으로 6시그마를 도입하고 통합 생산관리 시스템을 완성하는 등 2기 PI 작업을 곧이어 추진했고 2006년부터는 6시그마를 확산하고 정착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PI 3기 작업에 전력을 다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4기 혁신 작업은 그동안의 포스코 혁신 작업을 계열사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포스코는 3단계에 걸친 PI작업으로 PI 이전 대비 주문 리드타임을 30일에서 14일로 50% 이상 줄였고 납기준수율도 80%에서 96.2%로 향상시켰다. 그리고 제품 재고량도 60%를 줄이는 등 프로세스혁신과 시스템 개선으로 제품 톤당 17달러의 절감 효과를 얻었다.

 이런 포스코의 혁신 수순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아직은 ERP와 통합 생산관리시스템 등 디지털경영 혁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초기 포스코 혁신 작업의 성과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MES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이후 포스코가 밟아왔던 혁신 단계를 비슷하게 이어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각 사별 경영환경 차이를 고려한 차별화 노력도 활발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그동안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설비 투자를 확대해온 회사다. 2000년에 강원산업을, 2004년에 한보철강을 인수하면서 두 번에 걸쳐 대규모 시스템통합 작업을 진행했고, 2007년 MES를 가동하면서부터 전사 IT인프라의 뼈대를 갖춘 셈이다. 그동안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집중해 온 만큼 그에 걸맞은 IT인프라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 IT혁신 활동이 동시 병행적으로 이뤄졌다.

 임종현 이사는 “통합시스템을 만들 때마다 PI 작업이 선행되면서 조금씩 발전해 왔다”며 “이번 당진 일관제철소 운영을 조기에 안정시킨 후 또 다시 2, 3기 고로의 가동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제는 전체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작업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2005년 IBM의 IT아웃소싱 계약을 끝내고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위해 디지털경영 정보시스템인 도피스를 구축하고, 최근 당진공장 가동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한 데니스 프로젝트까지를 혁신 1기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혁신작업들을 계열사와 공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혁신 1기의 최종 목표는 1기 작업의 내용들을 계열사에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유니온스틸·국제종합기계·DK유아이엘 등을 대상으로 그동안 자사가 추진했던 혁신활동의 성과물을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이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포스코와 유사한 형태의 ‘일하는 방식 혁신’을 위한 작업도 계획 중이다. 이 작업이 바로 2기 혁신의 핵심이다. 변명섭 상무는 “향후 2∼3년 내에 전사적인 문서관리 통합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조직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차기 투자는 ‘협업시스템’=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포스코는 생산설비 투자 확대와 함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몸집 키우기 전략에도 적극적이다. 포스코는 지난 8월 멕시코에 자동차용 강판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지난 11월 2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피츠버그에 연산 27만톤 규모의 강판공장을 준공했다. 그리고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건립하는 등 해외 생산기지를 계속 확충해 나가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MES를 확대 적용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협업시스템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철강산업은 제조원가 비중이 크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그만큼 수익을 높이기가 어렵다.

 포스코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올해 그룹사의 물품 분류체계를 표준화하고 물품 표준화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그룹 차원의 통합 구매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단행했다.그룹사별 ERP 시스템을 보완하는 작업도 이 프로젝트에 포함된다. 이어 내년에 포스코는 통합 구매조직을 운용할 계획이며 향후 통합구매 성과에 따라 별도의 구매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 대비 효과가 제일 크다고 평가되고 있는 조달·생산 분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주에서부터 조달·생산 과정에서의 통합 협업관리 체계를 정비함으로써 낭비 비용을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2011년까지 고로 2기를 갖춘 일관제철소가 완공되면 사업장별 특성을 감안한 전사 차원의 최적의 구매 프로세스와 시스템 환경을 갖출 계획이다. 또 공장·공정별 세부 수익성 관리 기반을 확보하고, 제품사양·고객사별 수익분석으로 마케팅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표준원가시스템 등도 구축할 계획이다.

 동국제강도 최근 원가 및 수익성 정보를 기존의 강재 레벨에서 자재코드 레벨로 상세화함으로써 보다 명확하고 체계적인 관리체제를 갖췄다. 또 판매계획·생산계획·구매계획을 연동해 최적의 손익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등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철강업계 빅3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설비 확산에 따른 시스템 안정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당진공장에 이어 최근 인천제강소에 연 120만톤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신개념 전기로 제강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브라질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맞춰 내년 초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내년 1월 고로 1기를 첫 가동하고 나면 추가로 400만톤 규모의 고로 2기 준공 작업에 나선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향후 가동될 일관제철소들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한 생산물류시스템 구축 작업에 2010년까지 ‘올인’할 예정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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