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1만선을 회복하는 등 글로벌 52개 증시의 시가총액이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초 수준인 46조달러에 근접해 시가총액의 회복 추세로만 보면 100년 만의 위기라고 했던 월가발 쇼크를 대부분 극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보도가 나온 지 얼마 안돼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로 인해 다우지수가 1만선 이하로 추락하고 있다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전하는 보도가 뒤따라 나왔다. 경기 전망이란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준다.
루비니 교수를 비롯한 일단의 경제학자와 애널리스트는 ‘긍정적 조짐(green shoots) 사이에 노란 잡초(yellow weeds)가 무성하다’는 등 세계 경제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계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로는 경기 침체의 끝이 도래하였다는 주장이 보다 우세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각국의 경기 부양 정책의 효과가 점차 약화되고 있고, 기업들의 재고 주기 전환 효과도 감소하고 있으며,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부실 및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높은 실업률과 재정 건전성 악화에 따른 ‘하방위험(downside risk)’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실업률은 9.4%라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고 금년도 재정 적자는 사상 최고치인 1조84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가도 당초 예상된 배럴당 65∼75달러의 박스권을 돌파할 기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긍정적 경기 전망과 부정적 경기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는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시나리오가 기업의 전략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교한 시나리오를 구성하더라도 기업의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기업의 경영 환경에 가져온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새로운 소비자가 대두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리테일 포워드(Retail Forward)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구매 행태를 변경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이러한 구매 행태를 경기 침체가 회복되더라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 대상자의 46%가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고 있으며 35%가 경기 침체기 이전에 비하여 구매를 할 때 더 많이 비교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하였다. 뉴욕타임스도 최근 ‘10년 경기 침체에도 명품 소비를 줄이지 않았던 일본 소비자들이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에는 두 손을 들고 월마트 쇼핑족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 변화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690엔(약 1만2500원)짜리 청바지가 출시되고 2950엔(약 3만8000원)짜리 CD플레이어가 출시되는 등 명실 상부한 가격 파괴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발 금융 위기 1년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소비자들을 합리적인 실속 소비자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와 가격 파괴 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 그리고 세계 경제가 내년부터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환경 아래서 우리 기업들이 취해야 할 기본 전략은 무엇일까.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전략은 기본으로 돌아가 전사적으로 과감한 원가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원가 혁신이 이루어져야만 그동안 원화 약세의 환율 효과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이루었던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저금리 유지와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재균형 과정에서 야기되는 달러 약세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기업이 원가 혁신을 추구함에 있어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복잡성에서 야기되는 비용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제조원가의 15∼20%가 복잡성 비용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혼다는 어코드 차종에 484개 모델을 운용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의 모 자동차 회사는 한 개 차종에 3만5908개의 모델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복잡성을 잘 관리하지 못할 때 비용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원가 혁신을 추구하는 많은 기업들이 1단계 작업으로 프로세스 분석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올바른 순서가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전사적인 원가 혁신의 1단계로 제품의 복잡성(product complexity)을 감소시키고, 2단계로 조직의 복잡성(organizational complexity)을 줄인 후, 마지막 단계로 프로세스의 복잡성(process complexity)을 제거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 될 것이다.
jbyoon@samil.com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