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디지털시대 잊혀져선 안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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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옛 것의 소중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역사에 기록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 그리고 수많은 정보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과거 기록물을 보존하려고 하는 우리의 노력은 지금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하다. 디지털시대의 도래와 함께 종이 기록물을 대신할 수 있는 수많은 저장 매체와 솔루션이 등장하면서 옛 기록 원본의 관심은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문서는 훼손될 염려도 없고 운반 및 이동도 편리하며 수정이나 편집도 쉽다. 사람들이 기존 종이 문서보다 디지털 문서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의 문건이나 책자가 만들어지면 우리는 이를 디지털화해 다양한 매체 형식으로 바꾸는 데 바쁘다. 원본 보존은 그 다음이거나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는 문제다. 하지만 아무리 디지털 카피본이 많다 해도 원본이 가지는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종이 기록물의 부식을 방지하는 탈산 장비 제조회사로서 시장에 다니다 보면 이러한 경향은 확연히 드러난다.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탈산 장비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항상 예산을 문제로 차후로 미루는 사례가 많다. 법령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종이 기록물을 다루는 기관이나 기업에는 탈산 작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지켜지지 않는 게 다반사다.

종이 기록물 보존의 필요성은 알지만, 투자는 항시 미뤄지는 것이 마치 컴퓨팅 산업의 보안과 같다. 보안산업은 얼마 전 분산서비스거부(DDoS)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야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종이 기록물 원본 보존에서도 보안의 DDoS 사태와 같은 문제가 언젠가는 발생할 것이다. 지금도 훼손되고 있는 자료의 보존을 위해서는 소중한 기록물을 지켜나가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디지털시대가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원본 기록물의 가치. 그것은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김두원 센추리이씨 대표 dwk20052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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