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진출이 어려웠던 1978년, 여심을 사로잡는 제품으로 세계 제패를 꿈꾼 기업이 있다. 세계 3대 헤어 드라이어 브랜드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유닉스전자’가 주인공이다. 한때 가전 3사가 뛰어들었고, 지금은 바비리스·필립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진출한 이 시장에서 유닉스전자는 국내 시장 점유율 60%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 스타 패리스 힐튼도 반한 유닉스전자의 뜨거운 바람은 이제 한국 1위를 넘어 세계 1위를 향해 불고 있다.
◇30년 전, 글로벌을 꿈꾸다=창업주인 이충구 회장은 1978년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세계화 비전을 품고 있었다. 사명인 유닉스에 ‘유니섹스(Unisex)’와 ‘전 세계(Universe)’란 뜻을 담았다.
1980년 미국 시카고 박람회에서 첫 제품을 선보여 인기상을 탄 이래 유닉스전자는 해외에서 호평받으며 수출을 늘려왔다. 68개국에 제품을 수출했으며 미국 콘에어, 이탈리아 파룩스에 이어 시장 점유율 25%로 세계 3위에 올랐다. 헤어 드라이어를 쓰는 사람 4명 중 1명꼴로 유닉스 제품을 쓰고 있는 셈이다.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해외 시장을 개척한 결과 2005년 산업자원부가 주관한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됐고, 같은 해 해외수출 3000만달러 수출탑도 받았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 여파에도 꾸준히 수출을 지속한 유닉스전자는 이제 주문자상표부착(OEM) 수출보다 자체 브랜드 ‘유닉스’를 앞세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쌓이고, 미국 전기안전인증청에서 ‘UL공식승인’을 받는 등 제품 우수성도 인정받으면서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 파나소닉·필립스 같은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러시아 최대 유통사인 테크노실라와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할 때도 시장 진출 시 ‘유닉스’ 브랜드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이·미용 산업 중심인 미국·유럽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한 행보도 본격화했다. 지난 7월에는 뉴욕 지사를 설립했고, 런던에도 에이전트를 둬 시장 진입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박인성 사장은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이르면 내년, 늦어도 3∼4년 안에서는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품질에는 타협이 없다=유닉스 제품은 미국 7만5000명 헤어디자이너가 선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미용기기로 2004·2005년 2년 연속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초창기 일본에 납품한 물량 전체를 리콜하는 뼈저린 시행 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수출 지역에 맞춰 제품에 섬세함과 우수성을 갖추었다.
1992년 설립한 부설연구소는 다양해지는 소비자 요구를 읽고 차별화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을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이미 500여 제품이 나왔지만 해마다 2개 신제품을 꾸준히 내면서 소비자 수요를 한 발 앞서 충족시키고 있다. 1994년 세계 최초로 드라이어에 음이온 기술을 접목한 ‘음이온 드라이기(UN-1330)’가 대표사례. 이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시장의 60%를 차지하며 유닉스를 ‘이·미용기기 명가’로 만들었다. 이후 전자파 문제가 떠오르자 2002년에는 ‘제로파(UN-0570T)’라는 전자파 차단 특수 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내놨다. 웰빙 열풍이 불면서 모발 건강에도 관심이 높아지자 머리를 말릴 때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능성 제품 ‘앰플 드라이어(UN-1759)’를 2007년 9월 선보였다.
얼핏 보면 큰 기술력이 필요한 것 같지 않지만 이런 작은 차이가 다른 후발주자를 따 돌린 비결이다. ‘품질에는 타협이 없다’는 경영 철학은 철저한 애프터서비스(AS)로 이어져 국내외에서 소비자 신뢰를 받고 있다. 믿음은 창립 이래 30년 넘게 흑자 기업의 밑거름이었다.
◇생활 종합가전 기업 발돋움=헤어 드라이어로 국내외 시장을 평정한 유닉스전자는 생활 종합가전 기업으로 또 다른 미래를 준비 중이다. 1000억원에 불과한 국내 헤어 드라이어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올해 유닉스 브랜드를 유닉스헤어·유닉스일렉·유닉스웰 세 가지로 나누고 사업 영역을 세분화했다.
유닉스헤어는 회사 기반인 드라이어·고데기 등 이·미용기기를 대표하고 신규 사업인 가습기·공기청정기 등 소형 가전은 유닉스일렉이란 브랜드로 나간다. 유닉스웰은 맛사지기와 같은 건강가전 브랜드.
국내에서 압도적인 1위인 유닉스헤어는 세계화·전문화를 목표로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유닉스일렉과 유닉스웰에 대해서는 연구 개발 인력을 새로 충원해 유닉스 강점인 ‘품질력’을 앞세워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유닉스일렉과 유닉스웰 브랜드를 내세운 제품이 팔리고 있다. 박인성 사장은 “고령화로 실버 세대 가전이 주목 받을 것”이라며 “건강 식품, 의료기기 분야까지 확대해 웰빙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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