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퍼네트웍스가 IBM에 이어 델과도 네트워크 제품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델과 IBM은 주니퍼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시스코의 주요 협력사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에서 향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IT업계의 경쟁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니퍼네트웍스(대표 케빈 존슨)는 델의 ‘파워커넥트(PowerConnect)’ 브랜드로 라우터, 스위치, 게이트웨이 및 소프트웨어 등 네트워크 제품을 판매하는 OEM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양사는 이번 제휴를 통해 기업들이 가상화 기술을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용 신제품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델은 아아스카시 스토리지 시스템에 이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다.
델은 주니퍼와의 이번 협력으로 네트워크 장비 제품군에서 시스코의 대안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 5월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UCS)’을 출시하며 사실상 데이터센터 용 서버 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시스코의 행보에 대한 견제로 풀이된다.
주니퍼 네트웍스의 전략적 제휴 총괄부사장인 게리 엘리엇은 “주니퍼와 델이 손을 맞잡음으로써 업계는 위협적이고 강력한 새로운 팀을 맞이하게 됐다”며 “이번 OEM 계약을 통해 주니퍼는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주니퍼와 델과의 OEM 계약은 지난 7월 먼저 OEM 계약을 체결했던 주니퍼·IBM과의 협력 관계와도 맥을 같이한다. IBM는 지난 99년 네트워크 시장 철수를 선언하며 관련 사업을 시스코에 매각한 바 있다. 이후 IBM은 시스코 제품을 OEM으로 판매해 오며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서버·스토리지 등 컴퓨팅과 네트워크 간 컨버전스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시스코가 탈 네트워크 업체를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네트워크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주니퍼의 전략이 ‘반 시스코’ 업체를 불러모으고 있는 셈이다.
IBM과 델의 합류는 라우터를 비롯해 보안 시장에서 시스코와 맞선 던 주니퍼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 최대 수요처인 스위치 시장까지 진출한 주니퍼의 행보에 한층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포스텍의 이병석 상무는 “여전히 시스코가 네트워크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간 컨버전스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주니퍼가 업체간 합종연횡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주니퍼네트웍스는 29일(현지시간) 주요 협력사와의 유연한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나스닥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이전 상장한다.
뉴욕=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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