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를 잴 때, 간 수치를 잴 때, 인사고과 결과가 나올 때 잠잠히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초라하게 실눈 뜨며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결과를 의심하며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에나 평가는 있게 마련이고 언제나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평가는 여러 사람을 편치 않게 만든다. 평가하는 사람도, 평가받는 사람도 뒷통수가 따갑다. 평가하는 사람은 바빠 죽겠는데 또 하나 얹은 가욋일처럼 부담스럽고, 순번상 이번엔 밀어줘야 하는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무겁다.
평가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부라도 해야 하나 갈등하게 되고, 열심히 했는데 고작 이건가 하는 회의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래서 혹자는 “평가제도를 없애자, 평가가 더 동기를 저하시킨다, 평가결과가 현실감이 떨어진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측정하지 않은 것은 관리할 수 없다. 사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
세상의 어떤 평가도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 없고 완벽하게 정확할 수 없다. 다만 좀 더 진지해지고 좀 더 주목하기 위함이다. 밥을 조금만 먹으라고 아무리 소리질러도 그 말은 무시한다. 반면 ‘칼로리 수치가 2200을 넘었다’고 말하면 강도가 다르게 느껴진다. 건강을 생각해서 기름진 음식을 그만 먹으라고 말하는 것보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을 넘었다’고 말해야 귀담아 듣는다. ‘측정’할 수 있을 때 진지해지고, ‘측정’할 수 있을 때 달성할 수 있다. 단호하게 평가하고 당당하게 받아들이자. 평가결과에 너무 휘둘려도 안되지만 평가결과에 너무 의연해도 문제다. 부진한 D급에게 열심히 하라고 만든 평가제도가 D급에겐 별거 아닌게 되어 버리고, B급에겐 자존심 상해서 퇴사하고 싶은 사유가 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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