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솔루션이 전부였던 국내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솔루션 시장에 한국형 솔루션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최근 PLM컨소시엄 주도로 한국형 PLM 솔루션 개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PLM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학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학계 및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한국형 PLM 솔루션 개발을 위한 첫 모임을 갖고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한국형 PLM 솔루션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당초 이 달중 추가 모임을 통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모임 자체가 연기된 상태”라며 “추후 모임을 통해 논의를 본격화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논의부터는 LG전자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한국형 PLM 솔루션 개발 배경은 국내 시장에 출시돼 있는 대부분의 제품이 외산 솔루션인 상황에서 이들 제품의 기능이 국내 기업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외산 PLM 패키지가 업무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패키지 도입 없이 자체개발로 PLM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앞서 LG전자는 패키지를 도입해 PLM 시스템 구축에 나섰으나 패키지 기반으로 내부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데는 한계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외산 PLM 패키지 도입시 큰 폭의 커스터마이징을 거치는 등 사실상 크게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기업의 자체 요구와 특성에 맞도록 기능을 변경할 수 있는 패키지의 유연성 확보가 절실해 이 같은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은 자체개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외산 솔루션 업체들이 주장하는 아웃오브더박스(OOTB)의 구현 보다는 필요한 기능만 변환해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을 원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이는 외산 솔루션들이 해외 기업들에게 맞춰져 있어 국내 기업의 요구사항을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한국형 PLM 솔루션 개발 배경에는 외산 솔루션의 문제점 외에도 국내에 PLM 솔루션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있다. PLM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외산 솔루션업체와 함께 시스템 구축을 진행할 경우 개발 역량이 국내에 남는 것이 아니고 외산 솔루션 업체의 해당 국가에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형 PLM 솔루션 개발은 국가 과제로 추진해야 할 사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PLM컨소시엄 등 이번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학계 및 기업 관계자들은 패키지 자체를 개발하기 보다는 외산 패키지의 기본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기업의 특성에 맞도록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전자, 자동차, 중공업 등 제조 산업별로 특성화된 솔루션 개발이 추진되면 개발에 참여한 기업들 이외에도 산업별 중견·중소기업 등으로 한국형 PLM 솔루션 적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업계 전반적으로 외산 솔루션의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비용과 애로 사항을 크게 줄일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적으로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개념 등을 도입해 공통의 솔루션을 만든 뒤 각기 기업별로 필요한 부분을 특화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PLM 컨소시엄은 향후 한국형 PLM 솔루션 개발과제를 국가과제로 반영해 이르면 연내 구체적 활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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