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차세대시스템 착수, 지방은행 한계 뛰어넘어”

Photo Image

 부산은행도 대구은행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부산의 기업 수는 줄어드는 반면 시중은행들의 부산 진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주변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울산, 경남 지역으로 시장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이처럼 강력한 시장 공략을 하는 부산은행에게도 한계가 있다. 바로 비즈니스를 적절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 IT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직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연내 차세대 추진 조직을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착수할 방침입니다.” 부산은행 전산 프로그래머 1호로서 약 30년 가까이 은행의 IT업무를 담당해 온 장창진 부산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는 현재 상황에서 상품 개발 능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 경쟁력 측면에서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부산은행의 현 시스템은 지난 1997년 구축돼 이미 10년이 훨씬 지난 상태다. 그런 만큼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처하는 데 다소 한계가 있다. 실제 최근 증권사의 소액결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금융결제원의 코드번호가 2자리에서 3자리로 늘어났는데 이를 수정하는 데 무려 200맨먼스(Man/Month)가 투입되기도 했다. 이는 복잡한 작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스템 구성이 복잡해져 있어 투입 인력이 늘어난 것이다.

 부산은행도 지난 2005년 대구은행과 함께 IT공동화를 추진하면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IT공동화가 무산된 이후 한동안 차세대 프로젝트 재추진이 이뤄지지 못했다. 장 CIO는 “IT공동화 무산 이후 중단됐던 차세대 프로젝트를 다시 하려 했으나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면서 “주로 시스템통합(SI)업체들의 인력 수급현황이나 기술의 진화 등이 재추진을 하지 못했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부산은행은 올해 8월 관련업체로부터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발송해 정보 취합에 나섰다. 장 CIO는 “현재로서는 차세대 프로젝트 범위 등을 실무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연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주사업자 선정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부산은행도 대구은행에 이어 연내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본격화 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부산은행은 계정계시스템과 정보계시스템을 함께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구은행보다 차세대시스템 구축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당초 부산은행도 계정계시스템만 재구축하는 것으로 차세대 프로젝트 범위를 설정했다. 그러나 최근 재추진 과정에서 정보계시스템 재구축이 포함된 것이다. 장 CIO는 “당초 계정계와 정보계는 하나의 시스템이었는데 데이터가 많아지다 보니 분리된 것에 불과하다”면서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계정계나 정보계가 동일하게 움직여 줘야 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재구축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부산은행도 대구은행에 이어 차세대시스템의 기반으로 유닉스 환경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차세대시스템이 무엇보다도 유연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최종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차세대시스템의 유연성은 부산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개발의 4대 중점사항으로 여기고 있는 사항 중 하나다. 4대 중점사항은 △유연성을 갖춘 시스템 외에도 △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타행 경쟁은행의 경험을 접목한 시스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 등이다.

 이렇게 구축된 차세대시스템은 오는 2011년 10월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착수되지 않은 상태여서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안으로 2012년 설 연휴 직후에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장 CIO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해당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특히 현업의 요구사항을 차세대시스템에 어떻게 내재화 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조직구성을 고민 중이다.

 “이러한 조직구성 방안으로 현업직원으로 구성된 조직을 차세대 조직 내부에 두는 것과, 각 부서에서 차세대 개발과 관련한 담당자를 두고 전행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 CIO는 둘다 현실적으로 이루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 두가지 방안을 혼합한 형태로 상품부서 등 차세대 개발과 밀접한 부서는 직접 차세대 추진조직에 두고 그렇지 않은 부서는 각 부서별로 담당자를 두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

 장 CIO에게 있어 이번 차세대시스템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장 CIO는 지난 1973년부터 부산은행 IT를 담당해오면서 1987년 신시스템, 1998년 종합온라인시스템 모두 총괄 프로젝트관리(PM)를 맡았다. 이제는 CIO로서 마지막 대규모 프로젝트 PM을 맡게 된 것이다.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부산은행이 영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은행원으로서 제 마지막 목표입니다.”

 장 CIO도 대구은행의 정영만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양 지방은행간의 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장 CIO는 “원칙적으로 양 은행이 협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열어 놓은 상태이다”면서 “협업하는 영역도 단순히 인프라 차원만이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를 현실화 시키는데 여러 한계가 있다는 점도 두 은행 CIO의 공통된 생각이다.

 부산=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장창진 부산은행 CIO는

 1954년 부산 출생으로 동아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부경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경영학 박사를 마쳤다. 이후 1972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전산정보부장, 전자금융팀장, 기업고객영업부장, 연산동기업고객지점장을 거쳤다. 이후 2007년 CIO에 선임된 이후 3년째 부산은행의 IT조직을 이끌고 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