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TH 파란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유통하며 다운로드 시장 입성을 알린 뒤 최근 네이버와 다음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인터넷 포털의 영화 다운로드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IT대기업으로 성장한 포털의 가세로 중소 규모 웹하드·P2P업체가 주를 이루던 국내 다운로드 시장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NHN은 지난 16일 폐막한 부산 영화제 기간에 ‘놈놈놈’, ‘친절한 금자씨’ 등 역대 출품작 20여편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포털 네이버에서 운영했다. 이 영화들은 CJ엔터테인먼트가 온라인 판권을 보유한 작품으로, 일부 영화를 제외하곤 온라인에서 처음 서비스됐다.
시범 서비스일뿐이지만 NHN와 CJ엔터테인먼트가 연내 콘텐츠 유통 합작법인 설립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가격, 형태 등에 업계의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네이버는 3개월 이내 최신영화 3500원, 3∼5개월 영화 2000원, 개봉 1년이 넘은 영화는 1000원으로 서비스했다.
지난 6월 말 씨네21i 등의 업체와 제휴해 영화 섹션 내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연 다음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 공급을 대폭 늘이면서 사실상의 다운로드 시장에 진출했다. 시범 서비스 중이지만 현재 다음 영화 서비스는 주간 방문자 380만 명을 기록, 업계 1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종합 포털로는 최초로 영화 다운로드관을 개설한 KTH는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3분기 기준 동기 대비 수익이 3배 늘어나는 등 사업이 빠르게 안착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파 드라마, 해외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영상 전반에 걸쳐 500여 타이틀을 제공하고 제휴 업체도 늘리고 있다. 최근엔 중 전문 포털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엔 음악 포털 벅스가 소니, 워너브러더스와 계약을 맺고 국내 단독으로 직배 영화 합법 서비스를 시작했다.
종합 포털이 영화 다운로드 시장에 주력하는 이유는 네티즌 유입효과가 크고 차세대 먹거리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26.5%가 지난 1년 간 웹하드·P2P를 이용해 콘텐츠를 내려받은 적이 있고 시장 규모도 매년 5배 이상 커지고 있다.
KTH 관계자는 “합법 다운로드가 6개월 간격으로 5배 가량 성장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3년 정도면 연간 3000억 원 시장이 예상된다”며 “수익도 크지만 이용자를 락인(lock-in)’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페이지뷰 상승 등 시너지도 예상 된다”고 설명했다.
포털의 가세는 콘텐츠 다운로드 업계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시장 주도권이 포털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고 이용 연령대도 10대와 20대 위주에서 중장년층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포털의 의지에 따라선 ‘오프라인→케이블TV·위성방송→온라인’이라는 현행 콘텐츠 유통 사이클을 깰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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