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대상 전자칠판 공급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인 농·산·어촌 전원학교 인프라 구축 사업에 값싼 대만산 패널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입찰 제안서에 전자칠판 화면 크기를 65인치 이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산 전자칠판 중 65인치 패널을 적용한 제품은 없으며 70인치 이상의 크기를 납품하는 업체가 대다수다. 크기가 조금만 커져도 가격이 급등하는 LCD 패널 특성상 가격경쟁력을 갖춰 조달입찰에 참여하려면 기준 조건인 65인치를 맞추는 게 유리하다. 업체들은 제안서 발표 이후 서둘러 대만산 65인치 패널 수입에 나섰다.
13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농·산·어촌 전원학교의 인프라 구축 제안서에 따르면 주관 기관인 공주대학교는 제안서에 전자칠판 화면 크기를 65인치 이상으로 납품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제안서의 전자칠판 화면 크기를 ‘65인치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대만 또는 일본산 전자칠판 패널을 입찰에 참여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국내 제품 중에는 65인치 제품이 없기 때문에 크기와 가격을 고려하면 대만산 제품이 대거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전자칠판 및 시스템구축 업체들은 내년 교과 전용 교실 특수 등으로 전자칠판 시장 규모가 향후 조 단위 규모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첫 대형 프로젝트인 이번 사업을 외산이 독식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교과부 추진하는 농·산·어촌 전원학교 인프라 구축사업은 도농 지역 정보 격차 해소 등을 위해 올해 말까지 전국 농·산·어촌 전원학교 110개에 첨단 e러닝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전자칠판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통상 65인치는 가정용에 해당하는 크기이고 70인치 이상은 돼야 교실에 적합한데, 70인치와 65인치의 가격 차이가 너무 커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정부 입찰 성격상 65인치로 규격을 맞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이솔정보통신, 컴버스테크, 아하정보통신, 퍼시스, 빛과 함께, 삼보컴퓨터 등 총 60여개에 달하는 중소 기업과 삼성전자·LG전자·동원시스템즈 등 대기업군이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을 유통한다는 익명의 관계자는 “공주대가 지난달 이 제안서를 내놓자 입찰에 관심있는 대다수 대형 시스템 구축 업체들이 가격을 맞추기 위해 대만산 65인치 패널 수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되면 향후 애프터서비스나 호환성 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선마이크 기본 제공에 인테리어까지 세트당 1000만원의 가격을 맞추려면 더 큰 국산 패널을 사용하기 보다는 대만산 65인치 패널을 수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농·산·어촌 전원학교의 전자칠판 공급 규모가 역대 최대인데다 시범 서비스에 적용된 제품이 통상 상용 서비스에서도 유리한 만큼 업계가 이번 제안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우홍 교과부 교육복지정책국 과장은 이에 대해 “이번 제안서는 디지털교과서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현장에서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이라며 “65인치 이상이라는 단서는 외산·국산을 떠나 모니터 크기가 최소한 그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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