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강대국의 ‘스마트 그리드 전략’에 맞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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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하순 워싱턴 DC는 ‘그리드 위크 2009’ 기간에 열린 국제 스마트그리드 콘퍼런스 행사로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 정부와 사업단, 연구기관, 협회 및 관련 기업 관계자들이 다녀왔다.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 스마트그리드 상용화를 2030년까지 완료하겠다는 한국의 포부는 중국 전력회사 젠야 리우 사장의 첫날 기조연설에서부터 무색해지고 말았다. 중국이 이해하는 스마트그리드는 과연 어떤 것이길래 2020년까지 전국적인 규모의 스마트그리드를 실행한다는 의지를 밝힐 수 있는 것일까. 중국이 정의하는 스마트그리드는 송배전은 우선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하고(strong), 다양한 재생에너지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청정(green)해야 한다. 전력망에 IT를 접목시켜 상호작용하기에 혁신적이고(innovative), 통합적인 똑똑한 시스템(smart system)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큰 방향에서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선도국으로 지정되고 실증단지 계획을 준비하는 동안 미국의 전력기술과 정책적 예산지원, 체계적 표준, 실증단지 확산 계획 등에서 세계를 주도할 태세를 이미 갖춘 것으로 보였다. 머지않아 아시아에 미국 주도의 실증단지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의 미국 스마트그리드 비전 발표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감지됐다. 마지막 날 게리 로크 미국 통상 장관은 90페이지 분량의 표준안을 들고 나와 모든 기업과 참여자가 검토 보강하는 기간을 거쳐 이후 실증단지를 통해 내년 6월까지 검증과 실용화를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며 표준안을 선보였다.

 이제 우리는 표준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것에 끝나서는 안 된다. 정책적 지원을 통해 구체적 표준화 작업의 근거를 마련하고, 세분화된 한국의 표준화 전력을 세워나가야 한다.

 콘퍼런스 기간 동안 미국은 저장장치, 분산전원연결, 신시장구조 설계, 실시간 가격제도, 투자 및 비용부담, 소비자 자발적 참여 등 우리와 유사한 기술적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만, 소비자의 편리성과 효율성, 전력의 사용에 따라 파생되는 데이터를 고객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며 표준과 보안부문을 강화하고 있었다.

 국내에도 10월 한 달 동안만 해도 여러 스마트그리드 관련 콘퍼런스가 계획돼 있다. 참석자들은 우리에게 기회와 성장동력으로 다가온 스마트그리드가 실증단지 시범사업을 통해 구체적인 표준화 구현과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강화된 보안 대책으로 다듬어져 세계를 선도하는 진정한 스마트그리드 리더로 자리 매김하도록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표준안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 외국기업과의 기술제휴 등 개방형 기술 도입체제 구축을 통한 세계 시장 조기진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차관급 인사가 매일 오전 미팅에서 참석자를 한데 모아 격의 없는 개회 인사로 관심을 유도하고 행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은 낯설지만 보기 좋았다. 국회 상원의원이 일반 앞 좌석에 조용히 참석하고 두 명의 에너지 산업 관련 핵심 장관들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협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모 교수가 “단순한 전기절약 차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만큼 체계적이면서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한 말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곱씹어 보았다.

 김재섭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장 bluekimjs@smartgri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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