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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엔지니어 출신 CEO가 기업 경영에는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경영·경제학에서 인용되는 복잡다기한 이론과 관리 노하우가 동원돼야 하는 탓이다.
이경재 삼진엘앤디 회장(57)은 이 같은 편견을 깨는 CEO다. 40여년 간 줄곧 엔지니어 외길을 걸어오면서도 서양식 경영합리화 모델인 ‘말콤 볼드리지 경영’ 방식을 회사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렸다. 말콤 볼드리지 경영 방식은 리더십·전략기획·고객 및 시장·정보와 분석·인적자원·프로세스 등 여섯가지 관점에서 기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모델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내부 경영 시스템 안정화가 필수적입니다. 창업 이후 계속해서 선진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노력한 것도 고객만족을 위해서입니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는 실적이 말한다. 창업 후 20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30%를 넘는다. 주력제품 중 하나인 LCD용 몰드프레임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10%에 이른다. 전 세계 노트북PC 및 LCD TV 10대 중 1대에 삼진엘앤디의 몰드프레임이 장착돼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창업 전 일본의 작은 중소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에 1엔 밖에 안 되는 부품을 생산하면서 품질을 국가의 자존심과 회사의 생명처럼 여기는 현장사원의 태도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품질’이 곧 제품의 품질로 이어지더라”고 덧붙였다. 이만하면 엔지니어 출신 CEO가 기업경영에 약하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 진출을 통해 다시 한 번 ‘품질 명품’을 선보일 태세다. 이 회사 LED 조명인 ‘그린누리’는 LED에 백라이트유닛(BLU)의 광학기술, 정밀기구 설계 기술을 접목했다. LED의 광학적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 특수 방열설계를 적용, 열에 약한 LED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는 “LED 조명은 LED 자체 기술뿐만 아니라 광학·전기·전자·IT 등 다양한 기술들을 융합해야 하는 분야”라며 “그동안 LCD 부품 사업을 통해 관련 기술들을 축적해 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목표는 LED 산업을 LCD처럼 육성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이경재 회장은 “국내 첨단 산업은 항상 일본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결국 종주국을 추월해냈다”며 “이제 개화 중인 LED 산업에서는 주도권을 굳건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