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윗사람은 30분 늦게 와서 먼저 일이 있다고 나가버리고 한 사람은 30분째 혼자 입에 침을 튀며 얘기한다. 주인공은 리더 한 명이고 나머지는 보고만 끝나면 자리를 뜨고 싶어하는 들러리다. 다른 사람 얘기에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며 발언권도 없다. 안건과 상관없는 사람은 관상용 화분처럼 꼼짝없이 앉아있거나, 밀린 휴대폰 문자를 정리한다. 오로지 내 순서를 기다릴 뿐이다. 이것은 상호 공유가 아니라 일방적 보고다.
최악의 회의풍경이다. 문제는 이런 최악의 풍경이 늘 봐오던 익숙한 풍경이라는 점이다. 조직이 암담하다. 회의는 두 명 이상의 다수가 모여서 어떤 안건을 의논·교섭하는 행위인데 언제부터인지 전체를 모아놓고 공개 재판하거나 공개 보고하는 자리가 돼버렸다. 물론 회의의 용도에 따라 보고회의와 아이디어 회의의 분위기는 달라져야 하겠지만 매번 공개청문회 분위기인 회사도 종종 발견한다.
희의는 명확한 목적이 공지되고, 그 안건에 해당하는 사람만 참석해야 한다. 얼굴 한번 보자는 뜻에서 모두 모이게 되면 서로 지루하다. 화기애애하지만 초점이 흐려지지 말아야 하고 쟁점을 다루지만 경직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사전에 안건을 공지하고, 아이디어가 도모될 수 있게 질문하며, 골고루 발언권을 주어야 한다. 회의를 주관하는 사회자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회의에 참석하는 개인의 자질이 높아져야 전체의 수준이 높아진다.
요즘은 서서 회의하기, 타이머 두기, 찜통 회의하기 등 회의를 짧게 끝내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 야외로 떠나기, 계급장 떼고 하기, 회의실을 피지섬으로 부르기 등 회의를 자유롭게 하려는 노력도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빨리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실천방안이 나오도록 회의하자. 오늘 회의부터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