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여당이 강행 처리한 방송법 등 3가지 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무효인지를 놓고 야당과 국회의장단 및 여당이 여의도를 벗어나 헌재 대심판정에서 격전을 치렀다.
헌재 결정에 따라 방송법 등의 명운이 갈리는 만큼 10일 오전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권한쟁의심판 1차 공개변론에서는 개정법이 의결 절차에 중대한 문제가 있어 무효라는 민주당 등 야당의 주장과 의결 과정의 적법함을 강조한 국회의장단 및 한나라당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양측은 방송법 첫 표결 시도 때 의사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무산되자 국회부의장이 즉시 재투표에 부쳐 가결한 것이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겨 위법한 것인지, 일부 여당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했는지를 주요 쟁점으로 거센 공방을 주고받았다.
박재승 변호사 등 야당 대리인은 “국회의장단은 투표 참여 인원이 과반이 되지 않았다며 표결 불성립을 주장하지만 이는 현행법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라며 “관례라는 이름으로 이런 것을 허용하면 일사부재의 원칙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야당 측은 또 “4가지 심판 대상 법안의 통과 때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했는데도 부의장은 가결을 선포했다”며 “국회의원은 헌법상 독립된 기관으로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의 및 표결권을 행사하므로 이는 위임 또는 대리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강훈 변호사 등 국회의장단과 여당 대리인은 “부결은 과반수가 출석해 표결했는데도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한 것만을 말하므로 과반수가 출석하지 못했다면 의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며 방송법 처리 당시 재투표가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또 “표결 때 대리투표를 한 사실이 없으며 의사진행을 방해한 야당 의원들이 심의권 침해를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소권의 남용으로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역공을 폈다.
양측은 야당의 안건 상정 방해를 피해 국회부의장이 방송법, 신문법, IPTV법(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법 등 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 대한 제안 설명과 질의ㆍ토론을 생략한 채 표결에 부친 행위가 의사절차상 중대한 하자인지를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헌재는 오는 22일 수명법관으로 지정된 송두환 재판관 주재로 회의실에서 국회가 낸 CCTV 화면과 각 방송사로부터 넘겨받은 촬영자료에서 추려낸 영상 증거를 살펴보며 양측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검증기일을 열기로 했다.
헌재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29일 한 차례 더 변론을 열고 각종 증거를 바탕으로 심리한 뒤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당 의원 93명은 7월23일 방송법 등 4개 법안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으며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10여명의 야당 의원들은 이날 직접 헌재를 찾아와 변론을 방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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