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다른 제조업들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할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선·철강·반도체·자동차 등 세계 시장 선두권인 다른 주력 산업군에도 모범 사례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형 LCD 패널 라인을 조기 진출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아울러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원장 오상봉)은 9일 ‘경기침체기의 디스플레이 산업, 제조업의 새로운 발전모델로 부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LCD 패널 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를 선도적으로 극복하면서 제조업에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탁월한 대처 능력을 발휘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면서 “이는 다른 제조업들도 벤치마킹 사례로 받아들여야 할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LCD 패널 업계는 경제 위기 직전인 지난해 2분기 42.9%의 점유율에서 1년 만인 올 2분기는 52.2%로 급상승하며 대만·일본 등 경쟁국의 추격을 크게 따돌렸다. 수익성 면에선 압도적이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양대 LCD 패널 업체만 지난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뿐, 나머지 해외 업체들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인다.
불과 10년여의 업력에도 불구하고 과거 양산 경쟁력에서 나아가 이제 ‘질적’ 경쟁력까지 갖춘 결과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공 사례는 자동차·전자 등 여타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제조업의 강국인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불어넣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두 차례에 걸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 전략을 들었다. 지난 2002∼2003년 이른바 ‘IT 버블’이 붕괴된 불황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며, 지난 2006∼2008년에는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차세대 라인 투자에 나선 것이 현재 확고한 시장 선도자의 위상을 갖추게 된 비결이라는 분석이다.
서 연구위원은 “경쟁자를 앞선 선제적 투자는 결국 수요와 생산구조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극심한 불황기라도 미래 수요에 대비한 적기 투자를 통해 잠재수요를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TV·모니터·노트북PC 등 전방 세트 산업과의 강도 높은 수직계열화 구조, 차세대 프리미엄 제품 시장의 조기 선점 전략, 탄탄한 해외 세트 고객사 구조, 삼성·LG의 건전한 경쟁 관계 등도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을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앞으로도 제조업의 진정한 발전모델이 되려면 무엇보다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의 대형 LCD 패널 라인 유치 움직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향후 중국 내 LCD 패널 수요나 현재 경쟁국들의 중국 진출 움직임을 감안할 때 우리가 현지 LCD 패널 생산을 포기하면 입지 축소는 불가피하다”면서 “장기적이고 산업적 관점에서 조속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LCD 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인 부품·소재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전문업체들에 대한 과감한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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