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할 때는 상대가 어떤 포지션을 맡았는지, 나는 어느 시점에 어떻게 공을 패스해야 할지 전략을 세운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이런 작업을 등한시한다. 직장에서도 상대가 어떤 비공식적 지위를 갖고 있고 누가 누구를 보호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누구에게 메일을 별첨해서 보내야 할지, 이 정보를 누구에게 알아봐야 할지, 내 입장을 어디에서 어떻게 알려야 할지 파악할 수 있다. 사내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하게 살고 싶다고 한들 순수함은 정치적 무능력일 뿐이다. 스스로는 순수해서 그렇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주위에선 답답하다고 할지 모른다. 무딤과 조심은 반대말이다. 대세를 고려해서 조심해야 하는데 내 생각만 하고 무디게 굴면 여러 사람을 곤란에 빠뜨린다.
맞서야 할 사람과 다루어야 할 사람을 분간하고, 친구로 삼아야 할지, 적이 되지 않게 해야 할지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진압하기도 해야 하지만 달래기도 해야 하고, 회의시간만이 아니라 승강기, 화장실, 자판기 앞에서 무슨 얘기들이 오고 가는지도 살펴야 한다.
통찰은 관찰에서 온다. 남보다 넓게 멀리 깊이 있게 보아야 한다. 대충 흘겨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 마음속으로 유체이탈해서 숨겨진 의도와 궁극적인 동기를 들어야 통찰력이 돛을 단다.
시어머니께서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라실 때 “‘가요무대’하는 월요일이에요. 틀어드릴까요?”라고 알아차리듯이, 상사가 “이건 좀 더 생각해보자”라고 할 때 말 못한 행간 의미까지 알아차리자. 단순하고 담백하게 살고 싶은데 사내정치를 조장하는 것 같아 껄끄러운가. 사리사욕을 위해 권모술수를 쓰는 게 아니라면 통찰력을 갖고 판을 읽는 것은 직장생활에서 필요불가결하다. 사내정치는 촘촘하고 넓은 정보망으로 사전포석을 깔고 연합세력을 구축해 일이 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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