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1세기 지식경제시대에서 글로벌경쟁력을 갖춰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글로벌 경쟁력의 기반이 되고 미래시장을 주도할 원천기술과 지식자산을 발굴·확보하는 일에 국가와 기업이 더욱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세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IT산업을 분석해보면, 세계 소프트웨어(SW) 시장은 2002년에서 2007년까지 평균 6.1%씩 성장해 왔으며, 이는 하드웨어(HW) 시장 성장의 1.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2007년 세계 SW 패키지 및 IT 서비스 산업은 반도체 산업의 3배, 핸드폰 산업의 6배인 7933억달러로 SW시장의 규모와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이 SW는 IT산업을 발전시키는 주 동력원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SW 연구개발(R&D) 투자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SW는 IT산업의 부가가치와 비즈니스 기여도를 한층 더 높이고 IT산업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그린 비즈니스 사업을 선도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핵심수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단기 성과 중심의 SW R&D 정책추진으로 인해 전전자 교환기(TDX), CDMA 등과 같이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SW 주력기술의 핵심역량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SW R&D가 개발자 또는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R&D 성과물이 수요자인 산업분야에 접목되고 확산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SW R&D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관학연이 합동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SW R&D 정책 입안과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SW 산업의 특성과 시장을 충분히 반영한 중장기 전략 및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외산 SW를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과제부터 추진해야 한다. 또 추진과제별 세부 로드맵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미래의 원천기술을 확실하게 선점해야 한다.
둘째, 자원도 부족하고 승산이 없는 SW R&D 과제를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써 발생하는 역효과와 손실을 막아야 한다. 이는 우리가 후발주자로서 모든 분야의 SW에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이미 시장이 선점돼 시장 진입 장벽이 높고 진입하더라도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SW는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용단도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SW R&D를 위한 R&D를 지양해서 국가자원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세째, 현대기아자동차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차량 IT혁신센터’의 사례처럼, 시장-기술-제품의 선순환 구조를 실현해야 한다. 즉,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SW R&D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좀더 적극적이고 제도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차량용 운용체계(OS), 모바일 OS 같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전략 SW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미래시장 선점의 필수요소인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SW 선도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미래의 잠재력 있는 시장을 전망하고 기획하는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국가 SW R&D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들을 신속하게 마련해 시행한다면 IT 산업이 다시 한 번 국가의 성장동력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인간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만들어 가는 미래시장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은 SW 기술 경쟁력을 갖춘 자에게만 주어질 것이다.
팽정국 현대기아자동차 사장(CIO) jpaeng@hyundai-mo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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