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격이 오르내려도 방앗간은 타격을 입지 않습니다. 어차피 원재료인 쌀은 고객이 직접 구입해 방앗간으로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태양전지용 웨이퍼 전문업체인 네오세미테크 오명환 사장은 최근의 실적 호조를 ‘방앗간 원리’에 빗대 설명했다. 기업 CEO이자 ‘최고환경정책책임자(CGO)’로서 친환경 산업에 대한 안목에 날카로움이 묻어난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네오세미테크를 제외한 다른 웨이퍼 업체들은 지난해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하자 선수금을 줘가며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미리 원재료 재고를 확보해두기 위해서다. 그러나 네오세미테크는 향후 폴리실리콘 가격이 안정될 경우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판단, 장기공급계약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고객사인 태양전지 업체들이 폴리실리콘을 확보해 이 회사에 맡기면 웨이퍼로 공급해주는, 외주가공 비즈니스만을 진행해왔다.
오명환 사장은 “물론 폴리실리콘을 직접 사다가 웨이퍼를 제조할 경우 마진율이 조금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폴리실리콘을 ‘쌀’에, 그의 회사를 ‘방앗간’에 빗댄 그의 설명이 이해가 간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의 예상이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이후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면서 높은 가격에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던 웨이퍼 업체들이 오히려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앞으로 원재료 가격이 다시 오르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원재료 가격에 대한 리스크는 고객사들이 부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오 사장의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있다. 웨이퍼 생산라인을 직접 제작한 장비로 구축한 덕분에 더욱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최근 태양광 시장 침체에도 꾸준한 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이유다.
◆인터뷰
-올해 목표매출인 2500억원은 가능한가. 상반기 매출이 713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연말께 강릉과학산업단지 생산공장을 건설하면서 웨이퍼 협력사들을 인근 지역에 유치할 계획이다. 이 업체들에 우리가 자체 제작한 웨이퍼 생산 장비를 공급하게 된다. 장비 매출만 약 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상·하반기 웨이퍼 매출을 더하면 총 매출 2500억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
-향후 신규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갈륨비소(GaAs) 태양전지 생산에 사용되는 저마늄(Ge) 웨이퍼를 양산하기 위해 연구개발 중이다. GaAs는 인공위성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만 사용된다. 향후 실리콘 태양전지용 웨이퍼와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조금씩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필
1981년 서울대 공과대 졸업. 1995년 서울대 전자재료학 박사. 1998년 LG전선(현 LS전선) 연구실장. 1998년 CTI반도체 MMIC사업부 개발이사. 2000년 태크뱅크 대표이사.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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