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주개발을 향한 첫 발을 내디디며

 모든 국민의 관심과 성원 속에 ‘나로호’는 지난 25일 오후 5시 불을 뿜어내면서 우주로 힘차게 올라갔다. 방송으로 이를 지켜 본 사람들에게는 모처럼 만의 가슴이 후련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로호 발사실험은 안타깝게도 미완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위성부분을 감싸고 있던 보호덮개 한쪽이 열리지 않았고 무게중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게 됐다.

 비록 이번 나로호 발사가 미완의 성공에 그쳤지만 실망하고 좌절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우리나라는 아직 우주개발에서는 걸음마 단계에서 첫발을 내디디다 넘어졌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 막 우주를 향한 도전에서 한 번의 시련을 겪었을 뿐이다. 일으켜 세워주고 걸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등을 두드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주개발은 수많은 위험과 실패가 상존하는 분야다.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세계 우주개발 역사를 보더라도 실패 없이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지금은 우주강국으로 불리는 나라도 우주개발 과정에 수많은 난관과 역경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우주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섰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세 번이나 우주발사체 발사에 실패해 한때 우주산업 자체가 와해될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우주개발 사업을 계속해 2008년 달탐사 위성 발사, 2009년 2월 기상위성발사까지 성공하며 우주강국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다시 나로호 발사 성공에 도전하게 되지만 이것이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발사체’는 우주개발 로드맵 중 한 과정일 뿐이며 발사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발사운영 경험을 축적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번 나로호 발사가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나로우주센터의 발사대 설계경험과 발사 운용·시험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축적된 기술은 향후 순수 우리 기술로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나로호 시험 발사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핵심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러시아와의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앞으로 독자적으로 우주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의 중요성은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 해당되지만, 특히 우주기술은 국가 간의 기술이전이 엄격하게 통제돼 있는 국가 전략기술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실패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향후 발사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우리나라 우주개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주선진국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우주개발의 특성에 대한 국민적 이해라고 할 수 있다.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실패를 통해 기술 노하우를 축적해야 하는데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는 기술 도전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 선진국들도 수많은 실패를 딛고 우주강국으로 거듭났듯이, 실패를 거울삼아 일어설 수 있도록 국민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함께한다면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은 머지않을 것이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jayhkim@me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