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실패 원인 페어링 미분리…위성은 소멸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목표궤도 진입 실패는 위성을 보호하기 위해 덮고 있는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은 것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교신을 기대했던 위성은 지구 대기권에서 소멸한 것으로 추정됐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중현 제2차관은 26일 오전 브리핑에서 “한·러공동조사위원회인 비행시험위원회 조사 결과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1단과 2단 분리, 위성 분리는 성공했지만 페어링 분리 이상으로 위성궤도 진입에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2단 로켓이 점화는 됐지만 탑재된 과학기술위성 2호의 4배(무게)가 되는 한쪽 페어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바람에 충분히 상승 속도를 낼 수 없었다”며 “그 때문에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위성이) 대기권으로 떨어지는 상황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과부 측에 따르면 나로호 탑재 과학기술위성 2호는 궤도진입을 위한 속도인 초속 8km보다 낮은 초속 6.2km에 그쳐, 공전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지구로 낙하하면서 대기권에서 소멸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연구진은 전세계 위성을 추적, 관찰하는 북미 항공 방위사령부(노라드)를 통해 위성 추적을 시도해봤으나 노라드 측으로부터 궤도 진입이 안돼 등록이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 차관은 전날 안병만 장관 브리핑에서 페어링 미분리 사실에 대해 밝히지 않은 데 “모니터링한 정황만 가지고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라며 “데이터를 갖고 전체적인 상황을 검토해야 했었다”고 해명했다.

교과부는 이번 한러 공동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성공적인 재발사를 위해 정부 차원의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28일 1차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이곳에서의 결론 여부에 따라 러시아가 이번을 실패로 규정하고 두 차례 로켓을 제공할 지, 아니면 성공으로 간주해 한차례 로켓을 제공하는 데 그칠지가 결정되는 만큼 양국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