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시각이 다가오면서 나로우주센터 전체에 무거운 긴장이 흘렀다.
발사 2시간여를 앞둔 14시 58분. 발사준비 마지막 단계이자 마지막 고비인 연료주입이 시작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어 40분 후 연료주입이 완료됐고 16시 6분에 액체산소 충전이 완료됐다. 4분 뒤엔 발사체 기립장치 철수작업이 시작됐고, 32분을 남기고는 철수작업이 완료됐다. 이후 한 단계, 한 단계 작업이 완료될 때마다 안내방송이 나오며 긴장감을 높여갔다. 우주센터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다 한번씩 술렁거렸다.
긴장된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발사 18분을 앞둔 16시 42분, 모든 시스템의 발사준비가 완료됐다. 이제 최종 발사만 남았다.
15분 전, 발사지휘센터(MDC)에서 발사 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는 조광래 발사체본부장이 자동발사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발사 전까지 자동점검을 실시하는 자동시퀀스가 작동됐다. 분 단위로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동시에 방송이 나왔다. 조용한 가운데 울려퍼지는 카운트다운 소리에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지난 19일 발사 중단 시점이었던 7분 56초를 경과하면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드디어 1분 전, 초 단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모든 사람의 눈이 나로호에 집중됐다.
3.8초 전부터 화염이 나오기 시작해 카운트가 ‘0’이 되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화염을 내뿜으며 나로호가 솟아올랐다.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시원하게 하늘로 솟아올랐다. 지켜보던 모든 사람이 박수와 환성을 터뜨렸다. 긴장했던 사람들의 표정이 이제야 밝아졌다. 대전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 본관에 모여 발사 모습을 지켜보던 연구원들이 환호했다. 일부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다.
나로호는 발사 뒤 모든 단계를 정상적으로 수행했고, 6분 35초 뒤 2단 로켓이 점화됐다. 발사 9분 뒤 과학기술위성 2호 분리에 성공하면서 다시 한번 박수갈채가 터졌다.
그러나 완벽한 성공을 이루지 못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위성궤도를 추적한 결과 과학기술위성 2호가 정상 궤도보다 36㎞가량 높은 곳에서 분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지만 현재로선 위성이 실종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교과부와 항우연은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한·러 공동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고흥=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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