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美 그리노믹스, 우리에게 기회인가 위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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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실업률 통계가 오랜만에 개선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여러 가지 지표와 전문가들의 관측에 따르면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아직도 부동산 경기가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지만 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 경기가 활력을 되찾고, 벌써부터 성급한 출구전략 이야기도 나온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미국 경기 소생의 근본 원인은 지난 2월 발효된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서 찾아야 한다. 또 이 중 핵심은 그린 산업에의 대대적인 투자다. 재생에너지 개발 및 상용화, 에너지 효율성 강화, 전기 자동차 인프라 구축, 스마트 그리드 등의 분야에 전체 경기부양예산 7870억달러의 10.4%나 배정됐다. 그린 산업을 불쏘시개 삼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오바마 정부의 간절한 염원의 표현이다. 환경오염 감축과 경제 성장,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이른바 오바마 그리노믹스(Greenomics:Green+Economics)의 등장이다.

 지난 6월 말 미 하원을 통과한 포괄적 기후변화법안도 오바마 그리노믹스를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등을 통해 2020년까지 17%, 2050년까지 83%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이 법안은 세계 기후변화 논의의 장에서 미국의 체면도 살려줬다.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교토 의정서에 끝내 비준하지 않아 EU나 많은 개도국으로부터 빈축을 샀지만, 이제는 세계 기후변화 협상의 주도권이 EU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이 분야에서 미국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듯하다. 그렇다면 그리노믹스의 영향으로 급변해가는 미국 시장에 우리 기업은 얼마나 잘 참여하고 있을까.

 참신한 아이디어와 IT 융합 기술력 및 적극적 마케팅을 바탕으로 비교적 양호한 입성은 한 듯하다. 일례로 지난 3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국 최대의 정부조달 IT 박람회 ‘FOSE’에서는 한국산 절전기기, LED 등 그린 제품이 참관 바이어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인공지능 자동절전 멀티콘센트는 이 전시회의 최대 화제로 떠오를 만큼 인기가 많았는데, 상담하러 찾아온 몇몇 바이어와는 즉석에서 기업 간 전 방위 협력을 약속하는 팀업(team-up) 계약까지 체결됐다고 한다. 이 중 한 바이어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둘러보기나 할 요량으로 찾아왔는데 기술력이 대단하다”며 뜻밖의 성과를 거둔 것에 흡족해했다. 또 LG 화학이 GM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게 된 것이나, 미 정부가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구현과 시장테스트를 위해 외국 정부와는 최초로 한국과 손잡은 것도 우리 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른 사례다.

 하지만 미국의 그리노믹스가 기회 요인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이 분야에서 우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도 안 되는 시점에서 미국의 환경 기준은 매우 엄격해질 것이다. 우리 환경산업의 수출 기회도 되지만 주력 수출상품의 대미 수출에는 매우 염려스러운 장애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포괄적 기후변화법안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의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08년 기준,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을 실시 중인 한국 기업은 6%에 불과하다고 하니 이대로라면 대미 수출에 경고음이 울린 것이다. 탄소세 적용 시 우리 제조업 제품의 대미 수출 감소율이 4.4%에 달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미국을 비롯한 각국 그리노믹스의 새로운 블루오션인 그린슈머(Greensumer:Green+Consumer)를 찾아서 조선·IT·철강·자동차 등 현재 우리 주력 수출 상품이 만들어냈던 시장 개척 신화를 녹색산업 분야에서도 만들어나가야 되겠다.

조환익 KOTRA 사장 hecho@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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