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9년 6월 통합지휘무선통신망(이하 국가통합망) 구축 타당성 재조사에서 타당성 수치가 0.75(표준운용절차 변경·개선 시 0.84)로 경제성이 없고, 정책적 타당성도 낮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국가통합망 구축 사업은 전면 백지화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타당성 재조사 보고서가 말한 것처럼 국가통합망 구축 사업이 경제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타당성이 없는 사업인지는 엄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성과 관련해 보고서 내용에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로 판단된다. 첫째는 검토대상이 된 16개 연계망의 포함과 비용 추정 문제며, 둘째는 과소 추정된 편익 문제다.
타당성 재조사에 포함된 16개 연계기관이 국가통합망 구축의 의무대상인지는 어디에도 정의된 바 없다. 소방방재청에서 추진한 ISP 보고서에 나오는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2004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고려한 무선통신망 연동방안(연계기관은 기존 무선통신망을 이용하고 국가통합망과 게이트웨이를 통한 연동)은 이번 재조사에서는 타당하지 않은 대안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연동 시 VHF/UHF 기능 수준으로 구동될 수 있고 합리적인 표준운용절차(SOP)를 도입하면 현 수준보다 높은 재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기관은 평상시에는 기존 망을 사용하고, 재난 시에는 디지털 TRS(TETRA)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이는 향후 10년간 망을 중복 투자하고, 이용자도 평시용으로 기존 단말기, 재난 대응용으로 디지털 TRS를 사용하는 비현실적인 내용이다. 비유를 하면 3G폰이 2G폰의 음성전화 기능을 대체하지 못하므로 영상통화용으로만 사용하고, 2G폰도 같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로 인해 연계기관 TRS 구축·유지 비용과 기존 무선통신망 구축·유지 비용이 같이 계상돼 높은 비용이 산출됨으로써 국가통합망 구축 시행안의 타당성을 훼손했을 가능성이 높다.
편익 추정은 국가통합망 가치를 재난 대응 시에만 한정해 계산함으로써 실제 사용편익이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통합망 사용으로 인한 평시 편익은 산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했다. 국가통합망은 평시에 사용되는 빈도가 90% 이상이며 이로 인한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 편익이 상당히 크다. 또 재난에 의한 인명 피해는 사망자 및 실종자만을 기준으로 삼고 부상자는 포함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제시된 2007년도 인명피해 규모는 7866명이지만 재난연감은 부상자만 34만8808명(교통사고 포함)이다. 물적 피해도 대형재난이 발생하지 않았던 2003∼2007년의 연평균 재난피해액을 기준으로 했다.
이 외에도 주파수 활용 편익이 고려되지 않았으며, 보고서 국가통합망 기여율 산식이 너무 낮게 나오도록 설계됐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보고서의 국가통합망 기여율을 적용해 보면 SOP 변경 시 연간 화재의 인명피해 감소 수준이 4명, 태풍·호우의 경우 0.4명에 불과하다.
부정적인 결과만을 포함한 조사결과 요약자료를 제시하고 계층분석법(AHP)을 통해 낮은 정책적 타당성을 도출한 것도 논란거리다. 작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와 SOP의 지속적인 개선과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경쟁 활성화, 다양한 연계망의 수용과 연동 등을 통해 통합망 평시 효익과 재난대응 효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분석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내 생각에 비용은 과다 추정됐고, 편익은 과소 추정됐다. 향후 국가통합망의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원활한 부처 간 협의와 제도 개선, 정책 도입을 거쳐 충분히 정책적 타당성도 갖출 수 있다. 향후 이와 관련한 건설적인 토론이나 생산적 반론이 활발히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김사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kimsh@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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