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무선인터넷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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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까지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은 10배 이상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설비투자비가 점점 커지는 유선인터넷은 성장이 거의 정체될 것으로 예측된다. 가까운 장래에 모바일 중심의 광대역, 양방향 인터넷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무선 인터넷 시장은 2006년 2조원 규모에서 작년에는 1300억원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무선데이터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액(ARPU)이 17%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보다 늦게 무선인터넷을 시작한 일본은 41%, 미국은 26%까지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무선인터넷에서 매출규모, 성장률 모두 글로벌 하위권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IT강국, 인터넷강국’이라는 표현은 이제 유선분야 초고속인터넷에만 한정된 얘기일 뿐이다.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 캐치 업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부진 원인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첫째, 역설적이지만 너무나 편리하고 저렴한 세계 최고수준의 유선인터넷 이용환경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접근성이 강점인 무선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 반면에 일본에서 무선인터넷이 발달한 이유는 유선브로드밴드 보급이 지연돼 온 상황에서 NTT도코모의 ‘아이 모드(i-mode)’가 초기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WCDMA의 확산으로 장비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미국, 러시아 등 국토가 넓은 나라나 개도국에서 유선단계를 뛰어넘어 무선으로 초고속망을 구축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둘째, 요금문제다. 유선인터넷은 ADSL 표준과 월 4만원 이하의 무제한 정액제 도입으로 폭발적인 시장수요가 확대됐다. 이에 비해 무선인터넷은 줄곧 종량제로 운영돼 왔다. 현재 최대 15만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월간 이용 상한을 정해놓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량수요를 견인하기에는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싸다.

 셋째, 단말환경이다. 국내에 보급된 단말기는 음성과 SMS 위주 단말이 99%고, 풀브라우징이 가능해 무선인터넷 환경에 적합한 스마트폰은 1%에 불과하다. 미국의 급속한 성장에는 소비자 취향에 맞는 아이폰의 등장과 빠른 확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무선 환경에 맞게 설계된 WAP 프로토콜로는 유선인터넷과 같은 수준의 웹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있다. 이는 이솝 우화의 ‘여우와 두루미의 저녁식사’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먹는 방식만을 고집하게 되면 상대방은 만찬에 초대받았지만 굶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WAP의 불편함과 흡사하다.

 넷째, 망개방 이슈다. 미국, 유럽 등은 무선인터넷을 거치지 않고 콘텐츠 다운로드가 가능하나, 국내에서는 PC와 휴대폰 간 콘텐츠 다운로드가 곤란해 사실상 이통사 중심의 마켓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저작권 문제 등 선결사항이 다소 있지만 기술·제도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분야라고 본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편리하고 간편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가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제공돼야 한다. 고속도로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도 그 길을 달릴 자동차와 물동량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오픈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 관련 전방위 혁신이 급격히 진행됐다. 우리 현실에서 콘텐츠 활성화 및 수요창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WCDMA, 와이브로 등 3G, 4G로 연계되는 광대역, 양방향, 모바일 초고속망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텔레워크·교육·의료 등 경제사회적으로 시장의 요구가 큰 융합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광범위하게 구현되도록 관련부처가 연계해 정책적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Back to Basic)’. 한마디로 ADSL로 대표되는 일방향 고속도로에서 성공한 유선환경 요소들을 무선 분야에 그대로 옮겨 놓으면 된다. 시장과 정부가 밀고 당겨 실천해 나가면 무선인터넷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와이브로의 시장친화적 발전전략이 될 것이고, 결국 4G 분야 세계 최고 선도국가로 우뚝 서게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형태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taegun@kc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