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한국연구재단 출범과 남북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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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6일, 한국연구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전의 한국과학재단과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한 것으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전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의 연구지원 전문기관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되면서 산하 연구관리기관도 개편된 것이다. 당연히 이전에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에서 관리하던 ‘남북과학기술교류협력사업’과 학술진흥재단에서 관리하던 ‘남북학술교류지원사업’도 ‘남북 과학기술 및 학술협력사업’으로 통합돼 한국연구재단에서 관리하게 됐다.

 연구지원기관 통합으로 남북협력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하게 됐다. 우선 정부 담당부서가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제협력국으로 통합됐고, 지원관리도 한국연구재단의 국제사업단으로 통합됐다. 별도로 관리되던 과제 선정과 진도관리, 평가 등도 일원화됐다. 과도기 특성으로 올 상반기 사업이 개별 운영됐으나 향후 통합 운영될 예정이고, 전산체계 통합도 가속화하고 있다.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로 구분됐던 과제 내용도 정책연구와 DB 구축, 공동연구, 학술대회 개최 등의 기능 중심으로 개편됐다.

 정부의 대북 기본정책을 반영하고 사업을 내실화하기 위한 정책연구도 수행됐다. 이에 따라 통합사업의 목표로 남북한 과학기술·학술협력사업의 확대와 내실화, 상생과 공영의 남북협력 추진, 추진체제 정비 등이 건의됐다. 구체적인 추진과제로는 사업관리체제 구축·내실화, 관련부처 협력체제 구축 및 예산 확충, 대화창구 및 협력거점 구축, 북한 개발 및 인도적 지원과의 연계, 대규모 협력과제 추진, 학술공동체 형성, 국민공감대 형성과 국제기구 및 해외동포와 협력 강화 등이 건의됐다. 개별과제 수행 차원에서 수행되던 북한 관련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도 크게 확대됐다. 이전에 과학기술 분야 중심으로 운영되던 DB 사업이 교육과 학술을 포함한 전 분야로 확대된 것이다. 관련 콘텐츠 부족으로 단시일 내에 전 분야를 아우르는 DB 구축이 어렵겠지만, 중장기 계획하에 차분히 작업을 추진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사업통합의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는 통합 DB와 과제지원 서비스체계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북한과의 직접대화가 지연되는 현 상황에서 미래에 대비하며 차분히 준비해야 할 내용이라고 하겠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비한 작업도 사업 통합과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과거 과학기술협력사업과 학술협력사업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북한의 민족과학기술협회와 민족화해협력위원회 등과 MOU를 교환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제 통합된 사업관리체계가 출범함에 따라 북한 관련 기관들과 협정 내용을 정비하고,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연동하면서 사업을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때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가 잘 협력하면서, 중복을 방지하고 효율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통합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은 정부 관계부처와 연구관리 기관, 개별과제 책임자들의 잦은 만남과 깊은 대화, 문제의식 공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과거의 개별 위원회를 통합해 연구재단 내에 남북사업 자문위원회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7월 초에 모인 북한과제 책임자 회의에서도 이의 필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다행인 것은 한국연구재단 초대 이사장에 북한을 가장 잘 이해하고 오랫동안 과제를 수행해 온 이가 선임됐다는 것이다. 한국연구재단 출범과 함께 남북 과학기술, 학술협력 사업이 한층 굳건해지고 한 단계 도약하기 바란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cglee@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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