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다음달 세계 첫 10세대 LCD라인 가동

 일본 샤프가 세계 최초로 다음 달 10세대 LCD 라인을 가동한다.

 10세대 LCD 패널 라인은 투입 원판 길이가 가로세로 각각 3m에 달해 현존하는 LCD 공장 가운데 최대 면적의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LCD 종주국인 샤프가 세계 시황 회복에 힘입어 당초 예상보다 빨리 10세대 라인을 가동하면서 또다시 한일 자존심 경쟁에 불을 지폈다. 샤프 10세대 라인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삼성전자와도 협력관계인 소니의 향후 행보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샤프는 다음 달부터 세계 최대 크기의 LC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사카이 1공장의 10세대 라인을 양산 가동할 계획이다. 이는 당초 올 10월께로 예상되던 가동 시기를 두 달가량 앞당긴 것이다. 샤프의 10세대 라인은 투입 원판 기준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2880㎜와 3130㎜로, 총 4단계에 걸친 대규모 투자로써 장기적으로는 월 7만2000장을 생산할 수 있다.

 샤프 소식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LCD 패널 시황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조기에 10세대 라인을 가동하려는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 시장 상황을 봐가며 생산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여 전체 LCD 시장 수급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5세대 LCD 라인 이후 삼성·LG 등 한국 LCD 패널 업체들과 차세대 경쟁을 벌여온 샤프는 다시 한번 일본의 자존심을 세우게 됐다. 

◆뉴스의 눈

샤프의 10세대 LCD 라인에 소니는 장기 구매 및 지분 투자를 단행, 자국 내 연합전선을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 시장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이 최대 관심사다. 소니는 삼성전자와도 합작 관계이자 전 세계 TV 시장 2위인 대량 구매처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로선 샤프가 10세대 라인을 가동하더라도 당장 하반기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미미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샤프 10세대 라인의 양산 규모다. 샤프는 하반기에 투입 원판 기준 생산능력을 월 1만∼2만장 수준에서 조절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께나 가야 3만장 정도로 늘 것으로 보인다. 샤프의 TV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데다 소니를 비롯해 자국 내 TV 제조사들의 실적도 부진해 LCD 패널을 양산하더라도 소화할 곳이 적기 때문이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소니가 샤프의 10세대 라인에 투자하는 지분 정도로 패널을 구매한다면 극히 소량에 그칠 것”이라며 “하반기 전 세계 TV 시장 수요도 있어 삼성전자가 소니에 공급하는 LCD 패널 물량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샤프와 소니가 보인 갈지자 행보도 향후 양사의 제휴 관계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당초 두 회사는 지난해 2월 10세대 LCD 라인 합작 투자 및 장기 공급에 합의했지만 급격한 시황 악화로 본계약을 미뤄왔다. 양사 모두 작년 실적이 최악으로 추락하면서 합작은 물론이고 10세대 라인 가동조차 불투명했으나 최근에야 소니가 내년 3월까지 지분 10%만 투자하기로 다시 조정했다. 지분 투자 역시 아직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세대 라인 가동 시기도 원래 올 3분기였다가 내년으로, 이를 다시 올 10월로 바꿨고 또다시 두 달가량 앞당겼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국내 LCD 패널 업체들도 영향권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샤프의 10세대 라인 가동은 그동안 소니가 삼성전자에만 의존해온 LCD 패널 공급처를 ‘본격’ 다변화하겠다는 시발점이 된다. 하반기 LG디스플레이가 소니에 TV용 LCD 패널 공급을 타진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가 이른 시일 내 11세대 투자 반격에 나서면서 샤프와 다시 차세대 경쟁을 펼칠지도 불투명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11세대 투자를) 이미 연기한 삼성전자가 당장 8세대 대규모 증설 투자에 나서겠다고 한 마당에 자존심만 앞세워 세대 경쟁을 벌일지 의문”이라며 “삼성과 소니의 감성적인 우호관계도 앞으로 계속 유지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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