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기업들이 잇따라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주가는 발표 전날부터 하락세가 대부분이다.
이미 실적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부담과 3분기 이후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시장이 조정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번주 들어 삼성SDI, LG전자, 삼성전기,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실적을 발표했거나 예정된 대형 IT기업의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500선 고지를 넘기 위해 10포인트 이상 오른 것과 정반대다.
삼성SDI는 21일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지만 당일 3000원(2.79%)이 하락해 어닝서프라이즈를 무색케했다. 다음날도 500원의 하락폭을 보였다.
LG전자는 22일 분기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정작 주가는 실적 발표 하루전부터 주춤하며 보합으로 마감하더니 발표 당일날 1500원(1.12%)이 떨어졌다. 23일에도 4000원이 빠졌다.
삼성전기 역시 사상최대 이익을 낼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21일부터 주가가 빠지기 시작해 22일 종가 기준으로 1700원(2.59%)이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2거래일째 하락세다.
이는 대형 IT업체들의 2·3분기 실적 기대감이 선반영되어 7월 이후 단기 급등폭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6일 어닝서프라이즈를 예고한 이후 63만원대 였던 주가는 2주만에 8.2% 올라 70만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향후 호실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업체 역시 추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한 가운데 어닝서프라이즈 업체 주가도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형 IT주가 증시 박스권 돌파에 일조했지만 깜짝 실적으로 추가 수혜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실적랠리 기간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는 일부 투자자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IT주를 중심으로 하반기 실적개선폭이 둔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부 제기되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여전히 불안한 미국의 주택과 고용시장, 그리고 바닥을 찍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경기침체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3분기 전망에 대해 지나친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선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보고서에서 “노트북, 휴대폰, LCD TV 등의 IT 업체들의 수요 전망이 예상보다는 양호하다”고 밝혔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급등에 따른 이익실현 매물이 출회되어 주가가 잠시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하지만 대형 IT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시장점유율 상승 등을 감안하면 아직 이익실현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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