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그룹(기업집단)을 중심으로 그룹 통합IT전략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을 확대하거나 신규 사업을 시작할 때 계열사의 동반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계열사간에 정보화 전략을 긴밀하게 협의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그룹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계열사간에 정보화협의체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거나 그룹 차원의 통합IT전략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또 계열사간에 정보화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더라도 대부분이 최근 1∼2년 사이에 이같은 노력을 시작한 만큼 아직은 초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4대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그룹차원의 통합 IT전략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분석해봤다.
국내 14대 그룹들은 최근 들어 계열사들의 정보화 투자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이중 가장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형태가 계열사의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참석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 방식은 삼성그룹, 현대기아자동차그룹, SK그룹, 한화그룹이 적용하고 있다. 아직 시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GS그룹도 협의기구 설립을 준비 중이다.
또다른 방식은 그룹 IT계열사가 그룹 정보화를 주도하는 형태다.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그룹으로는 롯데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이 있다. 주력 계열사가 나머지 그룹 계열사의 정보화를 주도하는 형태도 있다. 한국전력공사그룹, 포스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KT그룹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LG그룹과 한진그룹은 공식적으로 그룹 정보화를 위한 별도의 협의체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SK·삼성, CIO협의체 활발=삼성, 현대차, SK, 한화그룹은 계열사간 정보화를 논의하기 위해 CIO협의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중 가장 적극적으로 CIO협의기구를 운영하고 있는 그룹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4년부터 계열사 CIO가 참석하는 정보화분과위원회를 미래경쟁력강화위원회 산하에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정보화분과위원회에는 현대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현대카드·캐피탈, HMC투자증권 등을 비롯한 16개 계열사 CIO와 IT부분을 겸직하고 있는 임원이 참석하고 있다.
정보화분과위원회 산하에는 IT인프라,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그룹을 두고 있다. 전문가그룹은 해당 기술 및 제품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IT투자효율화그룹을 두고 계열사간 중복투자 방지 등 IT투자에 대한 효율화도 추진하고 있다. 위원장은 현대기아자동차 CIO인 팽정국 사장이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보보안분과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는 계열사의 최고보안책임자(CSO)나 경영지원본부장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장은 김익교 오토에버시스템즈 사장이, 간사 조직은 현대기아자동차 보안기획팀이 맡고 있다. 최근 정보보안분과위원회는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국제 보안인증인 ISO27000 획득, 통합보안관제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SK그룹도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CIO협의기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분기별 1회씩 개최되는 CIO위원회는 SK C&C와 계열사간의 IT아웃소싱 계약이 체결된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됐다. 초기에는 그룹 정보전략팀에서 운영하다 최근 2∼3년 전부터 SK C&C가 운영을 맡고 있다. CIO위원회에는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브로드밴드, SK주식회사, SK케미칼, SKC, SK건설, SK해운, SK증권, 워커힐, SK가스, SKE&S, SKM&S, SK텔링크, 티유미디어, SK커뮤니케이션즈, SK텔레시스 등 18개사 전임 CIO 및 IT를 겸직하는 기획이나 경영지원 담당 임원이 참석한다.
SK그룹 CIO위원회는 관계사 CIO간에 공통된 IT현안 및 표준화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논의된 주제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표준화 △글로벌 딜리버리 센터 운영 △정보 자산보호 △전사적자원관리(ERP) 핵심 이슈 △K-IFRS 도입 △그룹 IT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등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향후 CIO위원회를 의사 결정 권한이 있는 협의체로 확대하고자 그룹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며 “이를 통해 SK그룹 내 IT 관련한 전략적 의사 결정 체계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까지 김인 삼성SDS 사장이 조찬회 형식으로 주최하던 CIO모임을 올해부터는 공식적인 CIO포럼이라는 협의기구로 확대시켰다. 전자·하이테크CIO포럼, 금융CIO포럼, 제조·서비스CIO포럼 등 업종별로 새로 마련된 CIO포럼은 돌아가면서 분기별로 1회씩 개최된다. 현재 전자·하이테크CIO포럼, 제조·서비스CIO포럼이 개최됐고, 금융CIO포럼 개최될 예정이다.
업종별 계열사 CIO가 참여하는 포럼에서는 가장 최근의 IT동향과 각 계열사별 관심사 및 IT이슈에 대해 논의 한다. 최근에는 보안 이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포럼 운영은 삼성SDS TLC(Thought Leadership Center) 내 정보화혁신그룹이 담당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 CIO는 “삼성 계열사 전체 CIO의 모임이 아닌 업종별 CIO 모임을 하게 되니 CIO가 보다 많이 참여하게 됐다”면서 “업종별로 관심있는 주제를 다뤄 논의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계열사 CIO가 참석하는 CIO포럼을 통해 그룹 IT전략에 대한 핵심적인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 올해로 5년째인 CIO포럼의 의장은 현재 한화그룹 IT계열사인 한화S&C의 진화근 대표가 맡고 있다. CIO포럼은 지난해까지 2개월에 한번씩 개최되다가 올해부터 분기에 한번씩 변경됐다. 이 모임에는 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증권, 제일화재 등 금융계열사 CIO와 비금융계열사 IT겸직 임원이 참석한다. 그룹 내 정보보호사무국을 두고 그룹차원에서 정보보호 체계도 갖추고 있다.
GS그룹은 오는 10월 경 정보화협의체를 발족할 예정이다. 따라서 정보화협의체가 발족되면 GS홀딩스,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GS홈쇼핑, GSEPS 등의 주요 GS그룹 계열사 CIO 및 IT겸직 임원 등이 참석하게 된다. 그러나 GS그룹 중 GS건설, GS홈쇼핑 등은 아직 LG CNS를 통해 시스템관리(SM)를 받고 있어 본격적인 그룹 정보화협의체로 확대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보화협의체가 설립되면 GS홀딩스나 IT자회사인 아이티멕스에스와이아이가 운영을 맡게 될 전망이다.
◇롯데·금호·두산, IT계열사 주도=롯데, 금호아시아나, 두산그룹은 IT계열사가 각 계열사의 정보화를 조율하는 대표적인 그룹들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IT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이 지난 2005년부터 매년 6월 그룹 계열사 CIO를 대상으로 ‘롯데그룹정보화전략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하는 계열사들은 롯데쇼핑, 롯데마트, 호남석유화학, 롯데건설, 롯데카드 등이다.
세미나를 통해 계열사들은 전체적인 그룹 IT현황과 최신 IT동향을 공유하게 된다. 또 이를 기반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IT비전도 수립한다. 올해는 IT서비스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그린IT전략, 글로벌 경제위기 환경에서의 IT투자 방안, 글로벌 통합 경제 환경에서의 혁신 등에 대해 논의했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세미나의 가장 큰 효과는 그룹 정보시스템 현황 및 우수사례에 대한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그룹 내 유통, 서비스, 식품, 제조, 화학, 금융 등 업종별 정보화 공유는 그룹 전체의 IT역량을 강화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IT계열사인 아시아나IDT가 계열사 정보화를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나IDT는 지난해까지 계열사 IT담당 팀장들이 참석하는 그룹사정보화기구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IT를 담당하는 아시아나IDT 임원에게 일임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계열사에는 CIO직제가 없다. 반면 아시아나IDT의 임원 3명이 제조·물류 계열사, 건설·금융계열사, 항공 계열사를 각각 맡아 CIO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시아나IDT 관계자는 “별도의 CIO협의 기구는 없지만 1년에 3∼4차례 계열사 CIO 대상으로 신규 서비스, 신기술, 투자동향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아시아나IDT가 다른 기업에 매각될 경우, 현재의 계열사 대상 CIO 행사는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두산정보통신을 중심으로 IT를 겸직하고 있는 경영지원, 전략혁신, 생산지원 담당 임원들과 IT담당팀장들이 참석하는 프로세스혁신(PI)IT임원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협의기구가 아닌, 특정 이슈가 발생됐을 경우만 그룹차원에서 논의하는 모임이다. 두산그룹도 계열사에는 CIO 보직이 없다. 반면 두산정보통신의 계열사 담당 임원이 각 계열사의 CIO 역할을 수행한다. 두산그룹 CIO를 맡고 있는 이광성 부사장은 “정보화 사업 중 그룹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대해서만 그룹 차원으로 추진할 뿐이다”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해당 계열사가 주도한다”고 말했다.
◇한전·포스코·현대중공업·KT, 주력회사가 주도=한국전력공사그룹, 포스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KT그룹은 그룹 내 대표적 주력회사가 그외 계열사에 대한 정보화를 주도하고 있는 형태다. 이들 그룹들은 대부분이 주력 회사와 그외 다른 계열사 관계가 모회사와 자회사 형태로 이뤄져 있다. 또 주력회사 외에 다른 계열사는 이렇다 할 IT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다.
한전그룹는 올해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 4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전력그룹정보화협의를 출범시켰다. 협의회 아래에는 ERP분과와 정보보호분과를 두고 있다. 각 분과에는 해당 IT팀장들이 참여한다. 분과 모임은 특정 이슈가 발생됐을 때 수시로 열린다. 최근에는 4개 발전자회사 공동 ERP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와 한전을 비롯한 7개 자회사 대상의 K-IFRS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ERP 분과가 연이어 개최됐다.
한전 CIO인 김용팔 전력IT추진처장은 “발전자회사와 그룹 계열사 대상으로 IT거버넌스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한전을 중심으로 그룹 IT전력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전은 최근 진행 중인 4개 발전자회사 공동 ERP구축 프로젝트도 콘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계열사들도 주력 회사인 포스코가 추진한 정보화를 기반으로 확산,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계열사간의 정보화 협의보다는 포스코의 주도적인 정보화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단, K-IFRS 같은 계열사 공통의 이슈에 대해서는 IT계열사인 포스데이타가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비공식적인 IT부서장 모임은 있다”면서 “포스코, 포스코건설, 포스코특수강, 포스틸, 포스렉 등 주요 계열사 IT부서장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현대중공업 주도로 현대미포조선, 삼호조선이 참여한 전산부분협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간사는 현대중공업 CIO인 황시영 전무가 맡고 있다. 그러나 협의회 논의 사항은 주로 정보화를 먼저 적용한 현대중공업 사례를 현대미포조선과 삼호조선에 확산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것이다. 최근 그룹에 편입된 하이투자증권은 아직 전산부분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KT그룹도 현재로서는 KTF를 합병한 통합KT 외에는 이렇다 할 IT체계를 갖고 있는 계열사가 없다. 과거 계열사 IT담당 부서장이 모여 논의를 한 적이 있었으나 실제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는 현 KT가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3%에 이르기 때문이다. KT CIO인 표삼수 사장은 “현재로서는 KT-KTF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 이기 때문에 그룹 IT전략을 논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LG·한진, 공식 협의기구 없어=LG그룹과 한진그룹은 계열사간 정보화 전략을 논의하는 공식적인 협의체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단지 LG그룹의 경우 LG CNS가 SM 서비스를 제공하는 LG그룹과 GS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비공식적인 CIO커뮤니티는 있다.
현재 이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는 LG그룹 계열사는 LG전자, LG텔레콤, LG디스플레이, LG데이콤, LG화학 등이다. GS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GS건설, GS홈쇼핑이 참여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의 한 CIO는 “LG그룹 계열사들은 공통적으로 논의할 이슈가 많지 않다”면서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나 보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커뮤니티는 특정 사안에 대한 협의나 의사결정을 하기 보다는 친목 위주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계열분리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여서 계열사간에 협의를 진행하지는 않는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각 계열별로 존재해 양사간에 IT교류는 없다. 또 한진중공업계열과 메리츠금융그룹계열 별도로 분리된 상태다. 한진그룹의 한 CIO는 “실제 계열사간에 업무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면서 “현재로서는 그룹 내 계열사간에 IT협업을 추진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유효정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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