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세상에는 서로 간의 관계가 애매모호한 것이 많겠지만 IT와 비즈니스 같이 분명히 다르면서도 관계가 많은 반면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는 흔치 않다. IT가 얼마나 비즈니스에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는 IT와 비즈니스 간의 거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IT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IT와 비즈니스 간의 거리를 좁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CIO 에게 그 과제는 거의 숙명적이다. 비즈니스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정확히 도출해 내어야 IT를 활용한 비즈니스의 성과를 확실히 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업의 CEO가 CIO에게 요구하는 일이다. 전 세계 유수한 대학이나 리서치 기관들이 그에 대한 연구를 하고 방법이나 성공 및 실패 사례들의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들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그 거리를 좁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비즈니스에서는 IT가 충분히 역할을 못한다고 하고 IT에서는 비즈니스가 제대로 요구사항을 못 내고 활용도 잘 못한다고 서로 대립하는 사례를 많다.
그 거리를 좁히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보다 더 분명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고 그 성과도 보장해주는 방법이나 가이드는 없는 것인가?
교과서적으로 보면, 비즈니스 전략에 연계하는 IT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기반한 IT계획을 세워 프로젝트 단위로 실행하고 구현해서 그 결과를 평가하고 다시 비즈니스 전략으로 피드백 하는 아주 체계적인 과정이 아닌가? 또한 그 과정에는 구체적인 계획, 분석, 설계, 구현하는 방법론 들이 존재하고, 프로젝트 관리나 변화관리, 이해관계자관리(Stakeholder Management)이니 하는 많은 실전방법론들도 있다.
그런데 그 거리를 좁히는 일이 그다지 성공적인 경우가 드문 이유를 보면 그 과정들에는 모두 사람이 개입이 된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그 큰 원인을 IT인력이 역할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한데 있다고 본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것이 무슨 하드웨어나 기계를 만들어 내는 것과는 다르다. 사람의 논리적인 사고와 표현,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의 손으로 보내져서 사용되고,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은 모두 사람이 수행한다. 그 과정을 이끌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바로 IT에 종사하는 IT인력이다. 그렇다면, IT인력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 것일까?
IT인력을 보자. 근본적으로는 IT인력과 비즈니스 인력은 서로 양 끝에 있다. IT인력은 대부분 대학과정에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통신(Telecommunication)과 같은 IT 과목을 배운 사람들이다. 수학이나 물리학, 산업공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IT업에 종사하는 순간 기술적인 사항에 주력하게 된다. 또 본래 기술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이다. 반면 비즈니스 인력은 IT를 낯설어하거나 매우 사용자 위주의 개념을 갖고 있으며 대체로 반 기술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흔히, 문과와 이과의 차이와 같다.
IT인력이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사항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IT인력에게는 사람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인력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끄집어 내고, 그것을 더 분명히 정리해주고, 설득하고, 변화에 호응하게 하는 그러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의 사고구조나 심리특성, 행동패턴 등 사람의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IT 관련 학과에서도 심리학이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행동과학 같은 과목도 지금보다 더 비중 있게 가르쳐야 할 때이다. 그리고 기업에서도 IT 직원들에 대한 그런 부분의 교육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둘째, IT는 전문성에 기반하고 있는 데 IT인력은 IT 전문분야를 좋아해서 비즈니스 쪽에 대한 생각이나 관점을 다루기 보다는 자꾸 자기 전문영역으로 가려는 특성이 있다. 마치 ‘회귀본능’ 같이 거리를 좁히기 보다는 그냥 내버려두면 자꾸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축구경기를 비유해 보면 IT는 한쪽 골 문이고 비즈니스 성과는 그 반대쪽 골 문이다. 그 사이에 IT인력이 있다.
IT인력이 하프라인을 넘어서 비즈니스 성과 쪽으로 공격을 하는 역할을 분명히 부여하고 그를 실천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 IT쪽 지역에 위치해서 IT운영과 전달 위주의 수비만으로는 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없음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셋째, IT인력은 기본적으로 멀티 플레이어 역할 보다는 정해진 역할 내에서 깊이 들어가려는 습성이 있다. 깊이 들어가다 보면 자기 혼자서 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다른 사람과 분담하는 업무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관계되는 일 외에는 간섭을 안 하려고 한다. IT의 핵심인 성과와 통합, 소통을 훼손 시키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소지가 많은 것이다.
다시 축구 얘기를 하면 ‘박지성 선수’ 를 IT인력의 역할 모델로 생각해 본다. 박지성의 포지션은 미드필더인 데 공격형 미드필더이다. IT와 비즈니스 간에 연결을 하면서 비즈니스 성과가 나도록 어시스트를 하고, 직접 공을 넣어 성과를 올리기도 한다. 또 상황이 발생되면 IT수비도 한다. 역할 범위가 매우 넓고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IT인력은 박지성 같은 ‘결정적인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비즈니스 인력한테 IT 교육을 시켜서 IT인력의 역할을 맡기면 훨씬 수월하지 않겠냐는 의견이나 의문이 나올 수도 있다.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일을 본질적으로 누가 더 잘 할 수 있고 또 얼마나 더 빨리 할 수 있느냐다. 누가 하든, 거리를 좁히는 일에는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가 뒤따라야만 한다.
smlee@koreana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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