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제공 개선안 `마지막 1마일`서 주춤

 KT가 보유한 전주와 관로 등 설비제공을 둘러싼 제도 개선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KT가 지난달 18일 방송통신위원회에 KTF와의 합병 인가조건으로 부여된 ‘전주·관로 등 설비제공 제도 효율성 제고 개선방안’을 제출한 이후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답보’ 상태다.

 그동안 방통위 중재로 KT와 경쟁사업자가 수 차례 실무진 간담회를 비롯해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회의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가 마련한 ‘중재(안)’ 마저 수용되지 않는 등 설비제공 제도 개선이 자칫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쟁점은=KT와 경쟁사업자 진영 이견의 핵심은 가입자에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마지막 부문 이른바 ‘라스트 원 마일(Last 1 mile)’이라고 불리는 ‘인입관로’ 제공 범위와 제공 대상이다.

 인입 관로 제공과 관련,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KT와 제한 없이 제공돼야 한다는 경쟁사업자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인입관로를 당초 21%에서 최대 47%까지 제공할 수 있지만 제공 대상 관로를 지정하겠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반면 경쟁사업자 진영은 인입관로 제공 범위를 25% 수준으로 낮추더라도 필요한 인입관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1단계로 기술적으로 제공 가능한 기준을 정하고, 2단계로 정책적 고려를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KT와 경쟁사업자 간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방통위가 2차례에 걸쳐 제시한 중재(안)에 따르면 KT의 인입관로 개방 비율은 92.4%와 69%에 이른다. KT가 수용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KT와 경쟁사업자 진영은 방통위 중재로 KT가 보유한 전주·관로 등 설비 현황 및 여유율 등을 설비 정보공개 시스템 등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24시간 이내에 설비제공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전주 사용시 사전 신고·사후 사용 등의 방안에는 합의했다.

 ◇KT ‘요지부동’ vs 경쟁사 ‘오매불망’ vs 방통위 ‘좌고우면’=이처럼 인입관로 합의가 난항을 겪는 것은 ‘인입관로’ 개방 범위와 대상이 달라짐에 따라 가정은 물론이고 기업 혹은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 경쟁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 진영은 ‘라스트 원 마일’의 확보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다. 인입관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고객 수요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KT가 보유한 관로가 11만3084㎞에 이르는 반면, SK그룹과 LG그룹이 보유한 관로는 6718㎞와 6315㎞에 불과하다. 통신사업자 진영은 KT가 보유한 인입관로 개방 수위에 따라 연간 5000억원 안팎의 매출이 좌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KT에 맞서 경쟁사업자 진영은 ‘경제적 병목설비이자 필수설비’라며 KT에 제공 대상을 확대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가 KT와 경쟁사업자 진영의 의견을 경청하고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최적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한 논리전이 지속되면 KT와 경쟁사업자 간 이견 조정을 넘어 공정 경쟁과 경쟁 촉진을 도모해야 하는 방통위를 향한 여론의 압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